美서 활동 히스패닉계 2人 나바로-디자인 개인전 열어
칠레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 이반 나바로씨는 일방 투시 거울과 일반 거울, 형광등을 사용해 한없이 이어지는 공간에 대한 환영을 불러일으킨다. 갤러리 현대 제공
현재 뉴욕에 거주하는 작가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 현대에서 27일까지 열린다. 네온조각과 설치작품 14점을 선보인 전시의 제목 ‘299 792 458 m/s’는 빛의 속도를 뜻한다. “나에게 미술가가 된다는 것은 멋진 것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작가. 그 메시지는 생경한 구호 대신 은유적 표현으로 재해석되면서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가 네온과 거울로 만들어낸 착시현상은 벽과 바닥이 무한대로 뚫린 듯한 놀라움을 맛보게 한다. 02-2287-3500
미국의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디자인(DZINE) 작가는 두 문화권에서 성장한 자신의 체험을 고급문화와 하급문화가 뒤섞인 작업을 통해 표현한다. 리안 갤러리 제공
○ 네온과 거울의 신기한 마법
나바로 씨는 정치사회적 주제를 대중이 공감하는 작품으로 녹여내는 데 능숙하다. 최근 뉴욕의 공원에 ‘이 땅은 너의 땅’이란 문구를 네온으로 쓴 대형 급수탑을 선보여 이민자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이번 전시에는 보안 펜스를 백색 형광등으로 제작한 ‘울타리’를 비롯해 네온 거울 문자를 활용해 마법처럼 끝없이 반복되는 이미지의 환영을 제시한 작업을 내놨다. ‘울타리’는 ‘벽은 폭력으로부터 선을 긋고 보호하는 힘을 가진 것’이란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말에 영감을 받아 만든 것으로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2011년부터 실재하는 초고층 빌딩을 네온 조각 작품으로 변환하는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취조실에서 쓰는 일방 투시 거울과 보통 거울, 조명을 조합한 작품은 초현대식 건물의 꼭대기나 우물에서 까마득한 바닥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아득한 느낌을 준다. 건물의 높이가 정치, 경제적 권력을 상징한다고 얘기하는 작가는 접근이 불가능한, 추상화된 공간으로 권력을 은유하는 듯하다.
○ 장신구와 거울의 눈부신 마법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