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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위협 하루만에 韓-美겨냥 무력시위

입력 | 2014-04-01 03:00:00

[北 NLL 해상포격 도발]
군사적 긴장 조성 왜?




“4년전 연평포격 악몽 되살아나…” 31일 북한의 포격으로 대피소에 피신한 연평도 주민들이 벽 스크린을 통해 TV를 보며 시시각각 전해지는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날 오후 4시 반경 대피령이 해제된 뒤 생활 터전으로 돌아갔다. 연평도 주민 김영식 씨 제공

북한이 지난달 30일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 가능성을 운운하며 대남 위협을 한 데 이어 3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해안포 사격을 감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통일 구상과 한미연합 독수리연습에 반발한 무력시위로 보인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군사 지휘력을 부각해 체제 결속을 강화하고 남북 대화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북한은 500발 중 100발을 NLL 이남 해역에 쏘아서 한국군의 대응을 시험했다. 특히 100발은 NLL 이남 백령도 동북쪽 해상에 집중됐다.

○ 긴장 최고조로… 북 “청와대 불바다 만들겠다”

북한은 최근 일련의 대남 도발 및 위협을 통해 긴장지수를 높여 왔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리던 지난달 26일 새벽 북한은 노동계열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노동미사일이 발사된 것은 4년 8개월여 만이다. 이날 북한은 장문의 ‘국방위원회 검열단 비망록’을 발표하고 4주기를 맞는 천안함 폭침 사건도 조작됐다고 강변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매체들이 서해 NLL을 침범한 북한 어선을 한국 해군이 나포했다 돌려보낸 것을 비난하면서 “(최전방 해병대 주둔지인) 백령도를 잿가루로 만들어야 한다”고 위협한 것에 주목했다. 도발의 빌미를 잡기 위한 의도적 시나리오라는 것.

백령도와 연평도는 유사시 아군의 반격을 위한 북한 상륙작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두 섬은 인천에서 각각 190km, 120km 이상 떨어져 있어 지원이 없으면 쉽게 고립된다. 반면 북한의 장산곶과 강령반도에서 두 섬까지 거리는 17km, 12km에 불과해 장사정포로 직접 타격할 수 있다. 이 같은 전력상의 유리함도 북한이 이 지역을 도발 대상으로 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 개막연설에 반발해 ‘무지와 무식’ ‘방구석 아낙네’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했던 북한은 31일에는 드레스덴 제안에 대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를 악랄하게 헐뜯으면서 횡설수설했다. 잡동사니들을 긁어모아 통일 제안이랍시고 내들었다”고 맹비난했다.

○ 최고인민회의, 김일성 생일 등 내부 단속 요인도

북한은 이례적으로 남측에 사격훈련을 미리 통보했다. 북한이 서해 NLL 인근의 특정 지점이 아닌 전 구역에 대해 해상 사격훈련 계획을 밝힌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고의적으로 위기를 고조시키는 배경에는 내부 결속 요인도 강하다. 9일 북한에서는 13기 최고인민회의(국회에 해당) 1차 회의가 열린다. 15일은 태양절(김일성 생일), 25일은 북한군 창건일이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4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및 핵전쟁 위협 등을 통해 위기 국면을 조성한 바 있다.

이와 함께 4차 핵실험으로 위협하며 긴장 조성을 극대화함으로써 김정은의 군대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보인다. 김정은은 올해 1∼3월 군 지휘부 시찰, 야간훈련, 비행훈련, 전술훈련을 잇달아 시찰했고 3월에는 동해상으로 미사일 사거리와 발사 수를 늘려가며 도발 수위를 높여왔다. 다만 이번 긴장이 이산가족 상봉 성사, 민간의 대규모 비료 지원 제안 등 해빙 분위기 속에 조성된 것이어서 조만간 출구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조숭호 shcho@donga.com·윤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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