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위해 쓰는 돈, 남 위해 쓰는 돈
신수정 기자
이는 지난해 3월 정부가 추진한 국민행복기금의 수혜를 받아 이자를 면제받고 채무를 절반으로 줄이게 된 30대 여성이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행복기금으로 빚을 감면받고 취업을 해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제 다른 사람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낼 정도로 마음의 여유까지 갖게 됐다. 이 여성은 행복해지는 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현재 행복한가를 묻는 어느 설문 연구에서 타인에게 돈이나 재능을 기부한 적이 있는 사람들의 행복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월등히 높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마이클 노턴 교수 등은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연구진은 봉투에 5달러나 20달러를 무작위로 담고 한 봉투에는 ‘오늘 5시까지 이 돈을 자신에게 사용하세요’라는 메모지를, 다른 봉투에는 ‘오늘 5시까지 이 돈을 다른 사람에게 사용하세요’라는 메모지를 넣었다. 이후 실험 대상자의 행복도 변화를 측정한 결과, 행복도의 정도에 영향을 미친 것은 돈의 액수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 돈을 지출했는지였다. 자기가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 돈을 쓴 사람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돈을 지출한 사람들의 행복도가 훨씬 증가한 것이다.
“소득이 많을수록 행복감도 높아지지만 연소득이 7만5000달러(약 8000만 원)를 넘으면 소득 증가에 따른 행복감은 최소에 그친다.”
2006년 워런 버핏은 당시 자신의 전 재산의 85%인 370억 달러(약 39조5000억 원)를 기부하면서 그 이유를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올해는 돈을 쓰면서 행복을 만끽하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경제부·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