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2년연속 통합챔프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 임신하고도 코트 나서는 책임감… 선수들만큼 훈련하는 자기관리 “체중 현역때보다 4kg 줄었어요”
유난히 길어 보이는 손가락에는 흉터가 많았다. 잦은 골절상으로 마디마디는 구불구불 휘어져 있었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42)는 1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우승 반지 7개를 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현역 시절 한국 최고의 포인트 가드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이번 시즌 우리은행이 2년 연속 통합 챔피언을 완성하면서 선수와 지도자를 합쳐 프로 통산 10회 우승의 이정표를 세웠다. 1991년 선일여고 졸업 후 아마추어 현대에 입단해 2011년 프로 신한은행에서 은퇴할 때까지 성인 무대에서 20년 동안 코트를 누비며 7번 우승했다. 코치로는 2012년 신한은행의 정상 등극을 거든 뒤 우리은행으로 둥지를 옮겨 두 번 더 우승 헹가래를 받았다. “10번의 우승 중 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결혼과 출산 후 복귀해 우승했던 2005년과 처음 우리은행 코치를 맡았던 지난해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20년 넘게 한 팀에만 머물다 우리은행으로 갔기에 걱정과 부담이 많았다.”
이번 시즌 우승 반지는 제작에 들어가 아직 없다고 해도 손가락에 낀 반지가 9개가 아닌 두 개 적은 7개인 이유가 궁금했다. 4번의 준우승 끝에 프로 첫 우승을 거뒀던 2002년 현대에서는 팀 사정이 어려워 반지를 만들 형편이 아니었다. 나머지 한 개의 행방에 대해 전 코치는 “그냥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다른 경로로 취재해 보니 2012년 신한은행을 떠나면서 당시 반지를 못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칫 친정팀에 누가 될까 조심스러워하는 섬세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반지 하나하나가 그의 발자취를 투영하고 있었다.
지도자로 변신해서는 원칙을 중시하고 선수와 타협하는 법이 없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의 대표팀 차출로 오랜 기간 팀을 비웠기에 책임감이 더 커졌다. 훈련 때 선수들만큼 뛰어다니다 보니 손가락을 접질리기도 하고 체중은 선수 때보다 오히려 4kg 이상 줄었다. 시즌 때는 초등학교 4학년 딸을 거의 본 적이 없을 만큼 일에만 매달렸다.
전 코치는 “가족의 희생과 좋은 팀, 좋은 감독님, 좋은 선수들을 만난 덕분이다. 난 운이 참 좋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