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중국 반체제 미술가 아이웨이웨이가 단연 화제였다. 150t의 철근 막대를 무심히 쌓아놓은 설치작품은 많은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단순한 철근더미가 아니다. 2008년 쓰촨 대지진 때 무너져 내린 학교 건물에서 수거한 철근을 재활용한 것이다. 부실공사 때문에 소중한 생명을 잃어야 했던 수천 명 아이들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한 작품이었다.
▷이웃 나라의 대지진에 매번 놀랐던 가슴이 이번에는 국내 지진 때문에 쿵 내려앉았다. 어제 오전 4시 48분경 충남 태안군 해역에서 일어난 규모 5.1의 지진은 1978년 한반도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다. 먼 바다에서 발생해 큰 피해는 없었으나 서울 인천 등 수도권 가정에서도 창문과 침대가 흔들리는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트위터 등에는 “전쟁난 줄 알고 잠옷 차림으로 허겁지겁 뛰쳐나왔다”는 체험담과 함께 일본처럼 대지진이 일어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