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라 다쿠야가 연기한 무사시. ‘진정한 무사’로 각성하기 전(왼쪽)과 후의 표정이 다르다. TV아사히 홈페이지
일본인들의 무사시 사랑은 대단하다. 요시카와 에이지와 시바 료타로를 포함해 무수한 소설가가 이 전설적인 사무라이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썼다. 무사시가 주인공인 ‘베가본드’가 만화 잡지에 연재 중이고 일본의 ‘국민 만화’라는 ‘원피스’에는 무사시를 모델로 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와 연극도 한두 편이 아니다. 이번 드라마도 제작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여론이 들끓었다. 기무라 다쿠야의 캐스팅 뉴스가 비중 있게 보도됐고, 누리꾼들은 캐스팅이 어울린다, 안 어울린다를 놓고 갑론을박했다.
이 드라마는 새로운 해석을 가미하기보다 무사시의 일대기를 간추리는 데 머물렀다.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익숙한 초고속 촬영기법을 이용해 무사시가 검을 겨루는 액션 장면에 힘을 준 것 정도가 새로운 점이다. 세상에 이름을 남기려는 공명심에 베고 썰고 찌르며 신나게 칼을 휘두르던 무사시는 순간 자신이 살인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검을 버린다. 농사를 지으며 칩거하던 무사시는 산적의 습격을 받은 마을 사람들을 구하며 사람을 구하는 검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무사시는 4년간의 수련과 7년간의 칩거를 거쳐서야 최고의 검객으로, 또 무사도를 집대성한 인물로 재탄생했다. 1980년대 이후 30년 넘게 사회 전반의 침체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일본이 17세기의 무사에게서 재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무사시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첫 소설(요시카와 에이지 작품)이 193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던 제국주의 일본에서 나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