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구립 어린이집. 동아일보DB
박주희 컨슈머워치 운영위원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정작 풀어야 할 보육 문제의 핵심이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엄마들 대부분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호한다. 어떤 곳은 대기자만 1000명이 넘는다. 하지만 국공립은 전체 보육시설의 10%도 안 된다. 예산이 많이 드는 국공립을 마구 늘릴 수만도 없다. 학부모들이 국공립 어린이집을 더 신뢰하는 건 민간 어린이집에 갖는 편견 때문이기도 하다. 흔히 ‘사립’은 원장 개인의 잇속만 챙기느라 보육서비스의 질이 낮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민간 어린이집 설립 제한은 또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어린이집이 수억 원의 권리금이 붙어 불법 거래되는 것이다. 고액의 권리금을 회수하기 위해 원장은 아동과 교사를 허위로 등록하고, 급식비를 줄여 정부 보조금을 가로채며, 특별활동 대행업체와 이루어지는 검은 거래의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보육 시장 진입장벽이 어린이집 원장을 불법의 울타리 너머로 유인하는 것이다. 결국 그 피해는 수요자들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현재 보육 시스템은 지극히 평준화의 길로 접어든 듯하다. 만 3∼5세는 ‘누리과정’대로 배우게 돼 있다. 보육 현장에서는 이를 따르느라 특화된 프로그램을 접었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보육-교육 과정의 차별화가 무너진 것이다.
정부가 질 좋은 보육시설을 선별하는 ‘평가인증제도’ 또한 도리어 보육서비스 획일화를 조장하고 있다. 허울만 그럴싸할 뿐 서비스 차별화를 규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계량-수치화로 촘촘한 기준만 세우다 보니 기준에서 벗어난 서비스는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됐다. 결국 이에 만족 못하는 수요자는 사교육 시장을 찾아 나선다. 지금의 보육서비스는 ‘모’ 아니면 ‘도’ 가운데 하나를 수요자에게 선택하라고 한다.
혹자는 공급자 진입 완화가 경쟁만 부추기고, 보육 과정을 민간 자율에 맡기면 오히려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며 우려한다. 하지만 수요자의 다양한 수요 정보를 파악하고 꿰맞춰 가는 과정이 서비스 경쟁이다. 이 경쟁은 공급자의 서비스 자유화가 보장된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이런 것들이 작동하지 않는 시장은 공급의 다양성과 수요자의 자유로운 선택이 막힌 비정상적 시장이다. 지금의 보육 시장이 딱 그렇다. 외부 공급자의 진입을 막음으로써 경쟁을 없애, 내부 공급자들에겐 정해 주는 기준대로만 움직이라고 주문한다.
해법은 있다. 보육 시장 자유화로 풀어야 한다. 민간 어린이집 설립과 보육 과정을 자유화해야 한다. 안심하고 맡길 만한 보육시설을 늘리고, 시설마다 서비스를 차별화하게 해 수요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줘야 한다. 수요자가 원하는 건 공짜보육이 아니라 질 좋은 보육이다. 보육 시장의 정상화에 보육정책의 정상화가 달려 있다.
박주희 컨슈머워치 운영위원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