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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 마늘 농가의 눈물

입력 | 2014-04-03 03:00:00

풍작의 비극… 가격 폭락 언제까지




전남 무안군에서 양파 농사를 짓는 전모 씨는 ‘양파 값 폭락’ 뉴스를 접할 때마다 시름이 깊어진다. 양파 값이 지난해의 30% 수준에 불과해 경작 원가도 못 건진 상황에서 올여름(6, 7월) 수확할 양파도 팔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맘때쯤 미리 양파를 수매해 가는 중간상의 발길이 뚝 끊겼다. 전 씨는 “중간상들은 나중에 값이 더 떨어진 뒤 경매로 사들이는 편이 더 나을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폐기 지원 자금을 주면서 밭을 갈아엎으라는데 분통만 터진다”고 말했다.

양파 마늘 등 일부 농산물의 가격 폭락 사태로 빚어진 이런 장면은 당분간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공급이 넘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이달 생산되는 조생종 양파 생산량이 지난해(8만2700t)보다 46% 늘어난 12만900t에 이를 것으로 2일 예상했다. 재배 면적은 33% 늘었지만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작황이 더 늘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에 따라 4월 양파 가격은 kg당 600원대로 지난달보다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3월 양파 도매가격은 kg당 558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2069원)보다 73% 하락했다. 평년 3월 가격(1148원)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마늘도 재고량은 많은데 생육이 좋아 ‘과잉 공급’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마늘 값이 폭락하면서 수입량도 늘었다. 지난달 냉동마늘 수입량(4517t)은 전년(1764t)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이 때문에 이달 가격도 지난달과 비슷한 kg당 2700원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같은 달 마늘 도매가(3936원)와 비교하면 30%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를 열어 수급 조절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수급조절위원회는 올 들어 4차례 회의를 통해 정부나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농산물을 사들여 저장·폐기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가격 하락세를 잡지 못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산물은 공급이 조금만 늘어도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상품”이라며 “농산물 비축으로는 한계가 있어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생산량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단위로 쪼개져 있는 농협 간 소통을 강화해 농산물 품목별 수급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승용 농촌경제연구원 채소관측실장은 “한국은 농가가 대부분 영세해 전국적인 농산물 품목이나 경작량을 결정하는 데 조직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농협 조직이 미국 선키스트(오렌지)나 뉴질랜드 제스프리(키위)와 같이 품목별 협동조합 형태가 돼야 가격 급등락 없이 생산량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원식 rews@donga.com·한우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