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현금투자땐 세제혜택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공기업을 포함한 전체 기업이 내부에 보유한 현금은 503조 원으로 지난해 1월보다 27조 원가량 늘었다. 올해 정부 예산(358조 원)의 1.4배에 해당하는 자금이 기업 내부에 잠겨 있는 셈이다. 현금보유량이 특히 많은 30대 그룹만 보면 그룹 계열 171개 상장회사의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예치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58조 원에 이른다. 이처럼 기업이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일본의 엔화 약세 정책 등으로 경기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보고 투자를 하기보다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기업의 과도한 현금 보유전략 때문에 투자가 줄어 국가 경쟁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기업의 현금을 밖으로 빼내는 방법으로 현금으로 투자를 하도록 장려하거나 배당을 하도록 유도하는 2가지 정책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배당유도 정책은 현금을 사용한 투자우대 정책보다 순위에서 밀려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 주주 비중이 32%나 되는 상황에서 배당을 늘리면 국부유출 논란이 제기될 수 있고, 배당 확대의 혜택을 받을 고소득층이 늘어난 배당금을 소비하지 않고 다시 쌓아둘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럼에도 국내 기업의 당기순이익 대비 현금배당비율이 크게 낮은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도로 배당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2005∼2011년 기준 국내 상장기업의 현금배당비율은 22%로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 평균(49%)의 절반에 못 미쳤다.
이 같은 세금공제나 배당유도 정책은 전기전자 및 자동차 관련 업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제조업체와 중소기업은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 편이어서 현금 보유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현재 기업들 사이에서는 불확실성 때문에 아무도 먼저 투자를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상태”라며 “정책을 통해 투자의 물꼬가 터지면 기업들의 자발적인 투자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