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선수들의 등번호는 ‘또 하나의 이름’이다. 그 번호를 다른 선수가 쓰지 못하도록 구단이 결정하는 것은 선수로서 최고의 영예다. SK 퓨처스팀 박경완 감독(42)이 그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SK는 5일 박 감독의 ‘영구결번식’을 연다. 구단으로서는 처음이며 프로야구 사상 12번째다.
역대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박 감독은 1991년 쌍방울 유니폼을 입고 데뷔했다. 2003년부터 SK에서 뛰었다. 23시즌 동안 2043경기에서 타율 0.249, 1480안타, 314홈런, 995타점을 기록했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 1회, 홈런왕 2회, 골든글러브 4회 수상에 포수 최초 300홈런의 주인공이다. 박 감독은 요즘 선수 시절 번호인 26번이 아닌 72번을 달고 있다. 선수들이 앞 번호를 선택할 수 있도록 70번대 이후로 등번호를 고르는 코칭스태프의 관례를 따른 것이다. SK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퓨처스 감독에 선임됐을 때만 해도 자신이 영구결번 대상이 될 것을 몰랐기에 자연스럽게 72번을 택했다”고 전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역대 5번째로 영구결번 된 이만수 SK 감독은 선수 시절의 22번을 지금도 달고 있다.

한화는 장종훈-송진우-정민철 번호 동판으로 한화는 국내 구단 중 가장 많이 영구결번을 지정했다. 대전 홈구장에 3개의 번호를 새긴 커다란 동판을 걸어 놨다. 35번은 장종훈, 21번은 송진우, 23번은 정민철. 한화이글스 제공

2012년 이종범 이후 2년 만에 영구결번이 탄생하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영구결번 대상으로 또 다른 선수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영구결번은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 성적이 좋았다는 이유만으로 영구결번이 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선수들이 ‘등번호 기근’에 시달릴 것이다. SK는 박 감독의 영구결번 결정은 선수로서의 개인 성적뿐 아니라 팀에 대한 기여도와 리더십, 그리고 현재 퓨처스 사령탑으로 구단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는 것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 양키스의 지터처럼 국내에도 영구결번이 예고된 선수가 있다. 삼성의 이승엽(36번)이다. 어느 면을 봐도, 그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