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대박치는 디즈니 영화

국내 흥행순위 1위를 지키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 월트디즈니 제공
지난달 26일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1일까지 168만 명을 모으며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올해 초 개봉한 ‘겨울왕국’은 1028만 명을 동원해 애니메이션 사상 첫 1000만 영화 기록을 세웠다. ‘어벤져스’의 일원인 토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토르: 다크 월드’는 지난해 303만 관객을 모았다. 900만 관객을 끌어들여 지난해 외화로는 최대 히트작인 ‘아이언맨3’도 디즈니의 작품이다. 2012년 ‘어벤져스’도 707만 관객이 들었다. 한국에서 촬영 중인 ‘어벤져스2’도 디즈니의 영화다.
디즈니 영화는 한국에서 유독 잘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중 매출액 점유율 1위는 워너브러더스. 워너브러더스는 2억9000만 달러(약 3066억 원)를 벌어들인 ‘맨 오브 스틸’ 등으로 17.1%를 기록했다. 디즈니는 15.7%로 2위였다.

월트디즈니가 지난해 투자, 배급해 한국에서 303만 관객을 모은 ‘토르: 다크 월드’. 디즈니는 만화와 영화제작사인 마블을 인수한 뒤 슈퍼 히어로 영화를 쏟아내며 국내에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월트디즈니 제공
이유는 뭘까. 우선 스릴러 등 독한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는 한국 영화가 놓치는 시장을 디즈니의 순한 콘텐츠가 점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즈니 영화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지향한다. 디즈니 영화에는 ‘19금’ 콘텐츠가 없다.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영화가 많아 교육용으로도 적당하다. 월트디즈니코리아 마케팅 담당자는 “마블 픽사 루커스필름 등 디즈니 계열사의 모든 영화에는 흡연, 약물 복용, 음주 장면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전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한국 영화도 잔혹 스릴러에만 집중하지 말고 점점 커지는 가족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고 했다.

2009년 만화와 영화 제작사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인수로 디즈니는 날개를 달았다. 마블은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고스트 라이더 등 슈퍼히어로 캐릭터 1000여 개를 보유한 회사. 디즈니가 마르지 않는 콘텐츠의 샘을 확보한 셈이다. ‘어벤져스’ ‘토르’ ‘아이언맨’이 모두 마블에서 제작한 영화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