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시장으로 향하는 오토바이에서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는 시인은 이 시가 ‘초심(初心)’에 관한 시라고 했다. 어떤 삶의 경로를 거치느냐에 따라 노가리나 코다리로, 동태나 황태, 북어로도 불리게 되는 명태의 삶이, 한때 벤처기업 사장이었다가 신문기자와 공무원, 묘지기를 거쳐 1년여 전부터 경남 창원의 어시장에서 잡부로 일한다는 시인의 모습과 퍽이나 닮았다는 생각을 했단다.
‘뜯기거나, 얼리거나, 바람에 실리거나,/얼어 바닥에 내팽개쳐지는 일이거나’ 같은 명태의 이름을 결정하는 과정들을 나열한 시어에 대해서는 “우리네 인생을 보여주는 비유인 동시에 다양한 이름으로 살아 온 내 지난 삶을 압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천위원 손택수 시인은 “바위를 때리는 파도의 물방울이 시집 밖으로 튀어오를 듯 실감으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일에 멍들 대로 멍든 자들, 이 시집을 안주 삼아 소주라도 한잔 들어볼 일이다”고 했다. 이원 시인은 “어보(魚譜)이면서 동시에 뜨겁고 고요한 자화상이다. 비린내와 눈물이 서로를 알아보는, 그러나 침투하지는 못하는 자리에서 성윤석 특유의 ‘어보 자화상’이 탄생한다”고 추천의 이유를 밝혔다.
이건청 시인의 선택은 제주를 무대로 활동해 온 나기철 시인의 시집 ‘젤라의 꽃’(서정시학)이었다. “절제의 미를 보여주는 단형의 시편들을 싣고 있다. 길이가 길고 수사가 장황한 시편들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 시에서 정제되고 절제된 시는 반갑게 읽힌다. 정제와 절제의 시는 강한 정신의 소산이다.”
장석주 시인은 김경주 시집 ‘고래와 수증기’(문학과지성사)를 추천했다. 장 시인은 “김경주의 시들은 질량이 거의 없는 유동성과 가변성의 물질을 타고 나간다. 이토록 가볍고 쉽게 사라지는 것들은 견고한 것, 오래 남는 것, 이를테면 세계와 질서의 확실성과 부동성을 부끄럽게 만든다”고 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