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마하경영’ 가속… 삼성물산+엔지니어링 가능성
3일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1등 지향주의’와 전략 이행 속도를 감안할 때 조정이 필요한 사업 부문에 대한 조치가 계속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사적인 체질 개선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의미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마하경영’ 메시지가 연초부터 강조되고 있다는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 고전 중인 건설 사업
삼성물산은 지난해 매출 28조4334억 원에 영업이익 4333억 원을 올렸다. 이 회사는 건설과 상사 부문으로 사업구조가 나뉘는데 매출의 약 50%, 영업이익의 약 70%가 건설 부문에서 발생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건설업계 1위’로 꼽히는 현대건설(매출 13조9383억 원, 영업이익 7929억 원)과 비교했을 때 삼성물산 건설 부문의 매출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절반 이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 9조8063억 원에 1조28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삼성 관계자는 “건설 부문에 대한 그룹 차원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건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며 “삼성물산(건축, 토목 중심)과 삼성엔지니어링(화공 플랜트 중심)은 사업 분야도 달라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인 ENR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통합할 경우 해외 매출 기준 세계 5위권, 전체 매출 기준 10위권의 글로벌 건설사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건설 부문의 구조조정이 시작된다면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중공업의 건설 사업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2월부터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경영진단(감사)을 받고 있어 이 과정에서 건설 사업에 대한 처방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계속 이어지는 사업 조정 과정에서 삼성의 ‘3세 사업구도’가 어떻게 짜일지도 관심이다. 지금까지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전자·금융’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호텔·건설·중화학’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패션·미디어’식으로 그룹이 나뉘지 않겠냐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화학부문 합병 과정에서 이런 공식이 다소 흔들리고 있다. 당초 삼성석유화학 지분을 33.2%를 가지고 있던 이부진 사장의 지분이 삼성종합화학으로 합병한 뒤에는 4.9%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가 전자 계열인 삼성SDI란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SDI는 삼성물산 지분 7.18%를 보유하고 있는데 제일모직 인수가 마무리되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도 13.1% 확보하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구조조정 작업은 당장은 기업 경쟁력 강화가 목표겠지만 본격적인 3세 구도를 짜기 위해서도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김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