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TV는 국내 대표 가전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보인 혁신적인 제품 중 하나다. 소니 같은 기존 경쟁사나 중국의 후발주자들이 초고화질, 대화면, 가격차별화 등 하드웨어 기술이나 공정 효율화 전략만 추구할 때 이미 시장 선도적인 제품을 기획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초기 스마트 TV는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삼성전자는 2009년 발광다이오드(LED) TV를 200만 대 파는 데 8개월이 걸렸지만 2011년 출시한 스마트 TV는 4개월 만에 200만 대를 팔았다. 하지만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스마트 TV는 비참한 실패였다. 2013년 방송통신정책연구원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 TV 이용시간 중 방송 시청 외에 주문형비디오(VOD), 웹,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앱을 이용하는 비중은 1%가 채 안 됐다. 스마트 TV 사용의 기본조건인 인터넷 연결도 5%를 넘지 못했다. 스마트 TV 1대당 설치된 앱은 평균 1개 이하였다.
선도적 혁신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TV는 왜 실패했을까? 스마트 TV의 문제는 손님 없는 뷔페 식당처럼 가짓수가 적고 다른 곳에도 다 있는 콘텐츠, 즉각적인 만족과 몰입을 방해하는 리모컨과 메뉴 인터페이스, 엉성한 추천 서비스와 복잡한 결제 과정 등 콘텐츠를 선택하고 시청하는 모든 과정의 소비자 경험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메뉴 선택이 복잡해서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애플의 앱스토어 같은 통합 결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콘텐츠 경로별로 결제를 따로 해야 했다. 영화 소개 내용은 엉성했고 구매를 유인할 만한 설득력을 갖지도 못했다. 불만족스러운 사용 경험이 누적되면서 결국 초기 관심은 수그러들고 말았다.
최준호 연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