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해”의 원조는 법정 스님의 스승으로 조계종 종정을 지낸 효봉 스님(1888∼1966)이다. 한 제자가 “스님, 술 마시고 여자를 만나는 스님이 있습니다”라고 동료 스님을 고자질하자 효봉 스님은 “네가 보았단 말이냐? 너나 잘해라, 이 녀석아!” 하며 꾸짖었다. 남을 험담하는 것을 싫어한 스님의 답변이 압권이다. 작년 말 망년회 때 “너나 잘해”는 인기 건배사였다. ‘너와 나의 잘나가는 새해를 위해’를 줄인 말이다.
▷그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국회 연설 도중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너나 잘해”라고 소리쳐 막말 논란을 빚고 있다. 안 대표는 전날 기초공천 공약 폐기를 대통령 아닌 최 원내대표가 사과한 데 대해 “충정이십니까, 월권이십니까”라고 비꼬듯 물었다. 최 원내대표가 발끈한 이유는 ‘월권(越權)’이라는 표현 때문이었다고 한다. 공직선거법 개정을 책임지는 여당 원내대표에게 월권 운운했으니 ‘대통령 똘마니 아니냐’는 조롱으로 들릴 수 있겠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