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이팝나무의 꽃피는 모습을 보고 한 해 벼농사의 풍흉을 짐작했다. 치성을 드리면 그해 풍년이 든다며 신목(神木)으로 받들었다. 이팝나무꽃은 모내기철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도 했다. 옛날 전북 진안의 한 마을에선 어린아이가 죽을 때 무덤 곁에 이팝나무를 심었다. 배불리 먹어보지 못한 아이가 저세상에서나마 쌀밥을 실컷 먹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통일부가 3, 4일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기증받은 이팝나무 7000그루를 개성공단 인근 민둥산에 심었다. 2005∼2007년, 2010∼2012년에도 개성공단에 나무를 심었는데 지난해에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로 심지 못했다.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조치로 대북 신규 투자나 경제협력 사업은 모조리 금지됐다. 그래도 조림 지원은 예외일 만큼 나무 심기는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드레스덴 통일구상을 통해 “농업 생산 부진과 산림의 황폐화로 고통받는 북한 지역에 복합농촌 단지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