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지붕의 나나/선자은 지음/252쪽·9000원·시공사
아무 일 없이 흘러가던 은요의 일상에 작은 돌멩이가 날아든다. 어느 날 눈앞에 갈래머리를 한 여자 아이의 환영이 나타난다. 밤에는 이상한 꿈이 반복되고 왠지 모를 불안감이 커질 무렵, 사촌 동생 미루가 어릴 적 은요가 아끼던 색칠 공부 책을 내민다. 책에는 ‘빨간 지붕 나나의 집’이 그려져 있고 주소가 적혀 있다.
은요는 아홉 살 때 유괴를 당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유괴 당시의 기억이 전혀 없다. 어른들은 은요의 주변에서 유괴 사건을 떠올릴 만한 모든 것을 없앴다. 은요는 기억 상실에서 오는 불안과 공허감에 시달린다.
2011년 ‘팬더가 우는 밤’으로 제1회 살림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선자은 작가의 신작 청소년 소설. 그동안 공상과학(SF), 판타지 소설을 선보였던 작가는 이번에는 스릴러물로 청소년 독자를 찾아왔다. 빠른 사건 전개로 페이지가 휙휙 넘어간다.
소설은 사실이라고 믿었던 거짓 기억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 기억은 전적으로 어른들의 책임이다. 가까운 가족이 아이를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저지른 잘못된 강요가 가져온 결과에 대해 꼬집는다. 청소년도 자기 삶에 결정권을 가진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부모들도 읽어야 할 책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