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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대학생은 남아도 되고 고졸은 무조건 나가라?

입력 | 2014-04-07 03:00:00

[복지시설 출신들의 힘겨운 홀로서기] ‘허점투성이’ 정부 대책
‘고교졸업=취업’으로 간주… 아동보호시설 퇴소 규정 ‘구멍’




현행 아동복지법은 ‘아동’을 만 18세 미만으로 규정한다. 이 때문에 만 18세가 되면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 등에서 퇴소하는 것이다. 다만 법에서는 몇몇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고교, 대학에 다니거나 정부가 지정한 직업 교육·훈련을 받는 경우, 장애나 질병 등의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장이 보호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경우엔 시설에 더 머물 수 있다. 이 외에도 지능지수가 71∼84 범위면서 자립 능력이 부족하면 25세 미만일 때, 학원법에 따른 학원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20세 미만일 때 시설에 더 머물 수 있다. 그 밖의 사유가 있을 때엔 1년 이내의 범위에서 보호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결국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다수 아동은 대학에 다녀야만 시설에서 더 지낼 수 있는 것.

신혜령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는 “대학에 가면 돈을 못 버니까 시설에서 숙식할 수 있게 한 것이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취업을 한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 진학 여부로 복지에 차별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실적으로도 나이가 더 많은 대학생은 시설에서 지내는데, 그보다 어린 고교 졸업생들이 단지 대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퇴소할 경우 빈곤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보통 직장에 입사하려면 구직이나 시험 준비를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가 정한 직업훈련 교육을 받지 않고 별도의 취업준비를 할 땐 퇴소를 해야 한다. 결국 상당수 아이들은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임금 아르바이트 등 원치 않는 일을 시작한다. 이런 까닭에 퇴소자들은 정부 직업훈련이 아닌 취업준비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정말 홀로 설 수 있을 때 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아동복지시설의 수용 인원이 구직 중인 아이들을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부족한 것도 아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아동양육시설은 243곳. 정원은 2만1257명이지만 입소해 있는 아동 수는 1만4700명(69.2%)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신 교수는 “현행 아동복지법에서는 퇴소 아동들을 자립전담 기관에 연계해 5년간 사후관리를 하면서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6개 시도에 기관은 설치됐지만 지자체가 사업비를 책정하지 않아서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