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6일 일요일 맑음. 죽은 식물. #103 Bang on a Can All-Stars ‘Field Recordings’(2012년∼)
일상의 사운드트랙, ‘페이드 투 슬라이드’를 연주하는 ‘뱅 온 어 캔 올스타’. LG아트센터 제공
레인 스탤리(미국 록 밴드 ‘앨리스 인 체인스’ 보컬·1967∼2002)와 코지 파월(블랙사바스, 레인보를 거친 드러머·1947∼1998)의 기일이다. 미국 록 밴드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1967∼1994)이 자신의 머리에 산탄총을 쏴 자살한 날이다. 세계 록 음악의 물줄기를 틀어버린 뒤 세상을 떠난 그를 추모하는 콘서트는 올해에도 세계 곳곳에서 열렸고, 고인의 20주기를 맞아 트위터에는 ‘#cobain20’이라는 해시태그(꼬리 글)를 단 추모 글과 사진이 넘쳐났다.
이제 와 고백하지만 내가 학창시절에 기타 연습을 게을리한 건 전적으로 코베인 탓이다. 음향이 한껏 증폭된 전기기타 줄을 자학하듯 난폭하게 그어대는 그의 ‘될 대로 돼라’ 식 연주를 어설프게 흉내 내며 난 비운의 로커 역을 연기한 거다.
‘뭐가 됐든, 고전 교수법에 의해 훈육된 이들이 펼치는 파격이란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란 나의 냉소는 지난주 서울 테헤란로에서 이들의 공연을 본 뒤 좀 망가졌다.
일단 난 1부 무대를 ‘변칙박자를 앞세운 새롭지 않은 미니멀리즘 앙상블’ 정도로 애써 평가절하했다. 근데, 무대 위 6인조가 미리 준비된 일상의 소리나 영상과 협연한 2부의 ‘필드 리코딩 시리즈’는 눈과 귀를 모두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정원을 산책하는 고양이의 목에 매달린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을 라이브 연주와 겹쳐낸 ‘진 테이크스 어 드링크’, 현대음악가 존 케이지의 내레이션에 정교하게 리듬과 선율을 부여한 ‘언 오픈 케이지’는 클래식 전공자들 특유의 치밀한 연주력과 근면성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 같은 파격이었다.
최근 미국 시애틀 경찰이 코베인의 미공개 사망 현장 사진 몇 장을 공개했다. ‘천천히 사라지느니 한 번에 타버리는 게 낫다’로 끝나는 그의 유서는 화단에 떨어져 있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