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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자립지원금도 제각각… 서울 500만원, 강원도는 100만원

입력 | 2014-04-07 03:00:00

[복지시설 출신들의 힘겨운 홀로서기] ‘허점투성이’ 정부 대책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 공동생활가정(그룹홈) 등 외부시설에서 자라는 아동들은 18세가 되면 시설에서 퇴소해야 한다. 다만 고교나 대학에 다니거나 직업훈련을 받는 경우, 장애·질병이 있는 경우 등은 시설거주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면 대개 고교를 졸업한 뒤인 2월 말에서 3월 초에 퇴소한다.

외부시설에서 지내다가 퇴소한 아동들은 매년 6390명(2012년 기준). 2008년(5552명)에 비해 15% 늘었다. 대부분은 부모의 학대나 방임, 가난, 사망 등으로 시설에서 자랐기에 가족과 연락이 닿든 그렇지 않든 퇴소하면 돌봐줄 사람이 없다. 홀로서기가 고달픈 이유다.

정부에서는 아동들이 시설에서 나올 때 ‘자립지원정착금’이라는 목돈을 준다. 보건복지부 지침은 지방자치단체가 1인당 최소 300만 원 이상을 지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가장 저렴한 수준의 원룸을 월세로 얻더라도 보증금 내기에도 부족한 금액이다.

○ 자립지원정착금 지자체별 제각각

이 권고기준조차 못 지키는 곳도 있다. 한국아동복지협회가 지난해 8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강원지역의 자립지원정착금은 100만 원에 불과했다. 대전 경남 제주 등은 300만 원으로 겨우 권고기준을 맞추고 있다. 서울과 인천 등 일부 지역에선 자립지원정착금이 500만 원이다. 하지만 이 역시 무일푼의 아동이 홀로서기엔 넉넉지 않은 금액이다.

아동복지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느 지역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퇴소할 때 받는 자립지원정착금이 달라지는 것은 아동복지예산이 2005년부터 지자체에 이양돼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재정형편이 괜찮고 지자체장이 아동복지에 관심이 높으면 퇴소정착금 등 아동복지예산이 많이 책정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아동들의 형편도 쪼들리는 구조다.

중앙정부는 자립지원정착금 제도가 언제부터 시행됐고, 제도 시행 이후 금액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에 이양된 사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해외에서는 이 제도가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연구된 변변한 자료조차 축적돼 있지 않다.

현재 지방으로 이양된 복지사업 종류는 총 67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이는 복지예산이 지자체의 재정형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하지만 복지예산이 중앙으로 환원될 경우 지역의 특성에 관계없이 수혜자들은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 아동복지예산 중앙으로 환원해야

이런 까닭에 감사원은 2008년 ‘사회복지분야 지방이양사업 운영실태’에서 장애인·노인양로·정신요양 시설 등 세 가지 사업을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하거나 분권교부세 교부액을 증액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안전행정부가 지난해 9월 노인양로·장애인·정신요양 시설을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를 바탕으로 했다.

하지만 중앙환원 대상에서 아동복지사업이 빠지면서 여전히 아동들은 지역별로 다른 복지지원을 받게 됐다. 이혜경 아동복지협회 총무부장은 “아동시설도 노인이나 장애인 등의 시설과 처한 상황이 똑같은데 중앙 환원 대상에서 빠진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혜령 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는 “아동이 어느 지역에서 태어나든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자립지원정착금뿐 아니라 전체 아동복지예산이 중앙정부로 환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복지협회에서도 아동복지예산을 중앙으로 환원해달라고 서명운동을 벌이며 정부에 요청해 왔다. 하지만 안행부 측은 “감사원에서 지적한 시설만 검토해서 환원한 것이고 지적 대상이 아닌 아동시설은 검토해본 적이 없다”며 “현재는 중앙에 환원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 지원 방식 어떻게


현장에 있는 종사자들은 “자립지원정착금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주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는 아동이 퇴소하기 직전에 통장으로 100만∼500만 원을 한꺼번에 주고 어디에 사용할지는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인천의 한 아동복지시설의 자립담당 직원은 “자립정착금이 정말 자립에 쓰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시설의 아동 중에는 부모 등 연고자와 연락이 닿는 경우도 있는데, 어떤 부모는 아동이 퇴소할 때쯤 연락을 해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이때 아이는 부모니까 돈을 빌려줄 수밖에 없고, 빌려준 뒤에 돌려받지 못한다. 이 관계자는 “설령 돈 관리 교육을 한다고 해도 어떤 아이들은 큰돈을 쓸 줄을 몰라 옷이나 물품을 사는 데 흥청망청 써버렸다고 전화가 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아동이 정착금을 어떻게 쓰겠다는 예산안을 작성하면 시설의 선생님이 증인처럼 사인을 해서 신청서를 냈을 때 돈을 주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무슨 명목으로 쓸 것인지 스스로 계획서를 써서 제출하도록 하는 것도 자립 준비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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