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설 출신들의 힘겨운 홀로서기] ‘허점투성이’ 정부 대책 ‘22세 6개월’ 이전에만 신청 가능… 대학 휴학이라도 하면 자격 안돼
대부분의 아이는 자립지원정착금만으로는 집을 구할 수 없다, 그래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소년소녀가정 전세주택지원’을 신청한다. 선정되면 2년 단위로 3회 재계약해 살 수 있다.
하지만 LH에서 전세주택 지원을 받더라도 공과금과 관리비는 내야 하고 21세부터는 이자(연 2%)도 부담해야 한다. 모두 합하면 통상적으로 월 20만∼30만 원은 들어간다. 고정적인 수입 없이는 부담할 수 없기 때문에 퇴소 직전에 직장을 못 구하면 체납액만 늘 수밖에 없다.
경남의 한 아동복지시설에서 지난해 퇴소한 김혜리(가명·24) 씨도 LH에서 전세주택을 지원받았다. 공과금과 관리비, 이자 등을 합해 한 달에 20만여 원을 내고 있다. 퇴소 당시 그는 원하던 직장 서너 곳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상태였다. 취업준비를 좀더 하고 싶었지만 당장 주거비용을 대려면 어디서든 일을 해야 했다. 결국 커피숍에 취직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6일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는 “공과금 등 생활비 걱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마음 놓고 취업준비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퇴소자는 전세주택 지원을 신청할 경우 승인을 받는다. 하지만 조건을 충족하는 전셋집을 구하는 것도 쉽진 않다.
지원 대상 연령도 문제다. 아동복지시설 퇴소자의 경우에는 만 23세까지만 지원이 가능하되, 심사기간을 고려해 지원 신청 시점부터 6개월 후에 23세가 넘어선 안 된다. 실제로는 생일을 기준으로 22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사람만 지원받는다는 얘기다.
전남의 아동복지시설에 머물며 대학을 졸업한 뒤 지난해 퇴소한 김동현(가명·24) 씨도 퇴소할 당시에 나이가 22.5세를 초과해 신청하지 못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해 전과를 하면서 1년을 더 공부해야 했고, 다른 친구들보다 1년 더 늦게 졸업을 하게 됐다. 퇴소하면서 300만 원을 받았지만 집을 마련하지 못해 한동안 시설 직원 집에서 머물러야 했다.
이 시설 관계자는 “이곳의 아동들은 가정환경이 열악해서 10% 정도는 초등학교 때부터 본인 나이에 비해 1년 늦게 학교에 입학한다”며 “이런 아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퇴소해야 전세주택을 지원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