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이색 투표소
6·4지방선거 때는 이색 투표소가 등장한다. 서울 은평구 은평로 ‘욕쟁이 영양탕’(위)과 서대문구 통일로 인왕산현대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대표적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4일 오후 3시 서울 은평구 은평로에 자리한 ‘전라북도 원조 욕쟁이 영양탕’ 식당. 70m² 남짓한 가게 안에는 구수한 보신탕 냄새로 가득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때였지만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밝은 표정으로 손님을 맞는 건 ‘욕쟁이 할머니’로 불리는 창업주 이경재 씨(83)의 아들 정홍갑 씨(59). 어머니는 전북 군산시와 서울 종로구에서 40여 년간 가게를 운영하다 아들에게 물려줬고 4년 전 지금의 자리에 문을 열었다.
정 씨의 보신탕집은 명절을 제외한 연중무휴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6월 4일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날에는 문을 닫는다. 식당이 선거 투표소로 바뀌기 때문이다. 정 씨는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지인이 ‘기존 투표소 위치에 대한 불만 민원이 많은데 하루만 식당을 쓸 수 있느냐’고 부탁해 승낙했다. 공적인 일인데 당연히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특급호텔도 ‘투표소 후보’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재 각 읍면동 선거관리위원회는 기존 투표소를 점검하고 새로운 투표소를 확정하는 일로 분주하다. 대개 학교나 관공서가 1순위 장소로 꼽히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으면 정 씨의 식당처럼 개인 소유 공간도 이용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지하 주차장, 예식장 등 이색 장소가 대거 포함돼 있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자동차 틴팅(선팅) 전문업체와 중랑구 묵1동의 한 예식장도 이번 선거 때 투표소로 탈바꿈한다. 서대문구 홍제2동 인왕산 자락의 현대아파트 주민들은 몇 년째 아파트 입구 지하주차장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같은 구 홍은동에서는 적당한 투표소 찾기가 쉽지 않자 특급호텔인 ‘그랜드힐튼호텔’ 측과 협의를 하고 있다.
○ 투표소 선정, 갈수록 ‘첩첩산중’
투표율을 높여야 하는 선관위 입장에서는 투표소 선정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섭외는 쉽지 않다. 개인 소유지를 섭외할 때 투표소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면 최대 사흘은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18대 대선 당시 투표소로 사용된 은평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사무실 짐을 옮기고 정리하는 데 사흘이 넘게 걸렸다. 올해 선거에는 장소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권오혁 hyuk@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