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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36km…두산 유희관의 ‘슬로 볼’ 왜 못치나?

입력 | 2014-04-08 06:40:00

두산 유희관.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1. 독보적인 느린 공 희소성
2. 구석 찌르는 칼날 제구력
3. 완급조절로 체감 구속 ↑

타 구단 코치들도 1군 2년차 맹활약 장담


“분명히 칠 수 있을 것 같은데 타석에만 서면 못 치겠다.”

두산 유희관(28·사진)을 상대한 A구단 타자의 푸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희관의 직구구속은 135∼136km에 불과하다. 시속 150km짜리 공도 쳐내는 타자들의 눈에는 만만할 수 있는 공이다. 그러나 유희관은 6일 잠실 KIA전에서 7이닝 1실점의 호투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1일 목동 넥센전에서도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5.2이닝 3실점하며 선발로서 제 역할을 해냈다. 넥센 박병호나 타격감이 한층 올라와있는 KIA 이대형, 김주찬 등의 손발을 꽁꽁 묶었다는 게 고무적이었다. 올 시즌 그에게 ‘물음표’를 달았던 야구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는 활약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유희관의 공은 왜 치기 어려울까.

● 90km 공 던지는 국내 유일투수

B구단 타격코치는 유희관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희소성을 들었다. 좌완투수라서가 아니다. 리그에서 가장 ‘느린 공’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타격은 몸의 반응이다. 150km대 빠른 공을 칠 수 있는 것도 반복훈련을 통해 타격타이밍을 잡는다”며 “유희관의 평균 직구구속은 133∼134km다. 심지어 시속 90km 변화구를 던진다. 타자들이 빠른 공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오히려 타격타이밍을 잡기 힘든 것이다. 또 경기 당일에는 그의 공 스피드에 맞춰 스윙을 하다가 다음날부터 다시 140km대 빠른 공을 상대해야 한다. 유희관 같은 스타일의 투수는 리그에서 1명이기 때문에 타자들은 다시 그를 만나도 여지없이 고전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 칼날 제구력 위력 배가

느린 공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실투는 곧 장타로 연결된다. 그러나 유희관은 ‘칼날 제구력’을 자랑한다. B구단 타격코치는 “만약 시속 130km대 공이 제구가 되지 않으면 타자들에게 맞아나간다”며 “타자들은 대개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떨어진 순간 0.1∼0.2초 안에 구질을 파악해 어떤 타격을 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유희관의 경우는 0.6초 정도가 걸린다. 타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칠 수 있는 공이라는 느낌을 받는데 제구가 워낙 좋다보니 공략하기 쉽지 않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잘 활용하는 투수다”라고 말했다.

● 완급조절로 130km가 체감140km

C구단 투수코치는 유희관의 강점으로 완급조절을 꼽았다. 이 코치는 “투수는 상대성을 이용해야 한다. 시속 130km 공을 던지고 곧바로 시속 150km 공을 던지면 타자 입장에서는 공이 대포알처럼 느껴진다”며 “유희관도 마찬가지다. 시속 90km대 변화구를 던진 뒤에 40km나 차이 나는 직구를 던진다. 시속 130km대 공이지만 굉장히 빨라 보인다. 영리한 피칭을 한다”고 칭찬했다. 물론 그렇다고 완전체는 아니다. B구단 타격코치는 “시즌 후반이 되면 맞아나간다. 타자들이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희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신무기를 장착했다. 아직까지 선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살아남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두산이 사실상 1군 2년차 유희관의 활약을 장담하는 이유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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