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지가 행세 노인 경인교대서 사기 다른 대학서도 비슷한 일 벌어져
“기부금 5억 원을 내겠습니다.”
지난달 25일 오전 인천 계양구에 있는 경인교대 대외협력처 사무실에 평범한 복장에 발음이 또렷하지 않은 한 노인이 찾아왔다. 자신을 ‘84세 임모 씨’라고 소개한 노인은 후학 양성에 써달라며 거액의 기부를 제안했다. 노인은 이 돈이 인천 강화군 인삼밭을 처분해 생긴 것이며 “언론에는 절대로 알리지 말고 기부 행사도 필요 없고 부인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만들어 달라” 등 구체적인 요구를 덧붙였다.
학교 관계자들은 노인을 모시고 교내 견학을 하고 기부 절차를 설명하는 등 극진히 대접했다. 한 시간 넘는 면담을 마치고 추후 기탁을 약속한 노인은 “지금 현금이 없어서 그러니 교통비로 5만 원만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학교 관계자는 아무런 의심 없이 돈을 줬으나 얼마 뒤 노인과 연락이 두절됐다. 알려준 휴대전화 번호도 엉뚱한 것이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