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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정원이 증언 유출 소송 말라고 회유”

입력 | 2014-04-08 03:00:00

유우성 재판 증언한 탈북자 “北에 알린 자, 언론에 흘린 자 색출을” 고소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본명 류자강)씨의 재판에서 증언했던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출신 탈북자 A 씨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그동안 국가정보원을 여러 번 도와줬지만 이제 내가 용도폐기 당한 것 같다. 국정원이 소송을 걸지 말라며 찾아오기도 했다.”

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카페에서 40여 일 만에 다시 만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출신 탈북자 A 씨는 수척해졌고 침통한 모습이었다. 그는 2월 말 기자와 만나 “지난해 12월 (간첩혐의로 기소된) 유우성(류자강·34) 씨 관련 비공개 재판에 출석해 증언했는데 그 얘기가 북한 보위부로 흘러들어가 북한에 사는 딸이 보위부에 붙잡혀 조사를 받았다. 재판부에 이를 항의하는 탄원서를 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런 내용이 언론에 난다면 내가 유 씨 재판에 나갔다는 걸 확인해주는 꼴이 되기 때문에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해 보도를 보류했다.

그런데 이달 1일 일부 언론에서 A 씨 관련 보도가 나오자 다급해진 그는 자식들의 생사 확인부터 하고 나섰다. A 씨는 이날 북한으로 증언 정보를 유출한 사람과 언론에 탄원서를 유출한 사람을 모두 찾아 처벌해 달라는 내용(공무상비밀누설죄 등)의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냈다. 다음은 A 씨와의 일문일답.

―탄원서를 언론에 유출한 쪽을 국정원으로 추정하나.

“나는 유우성 씨 관련 재판 외에도 간첩사건 재판에 두 번 더 나갔다. 국정원이 도와 달라고 하니 위험을 무릅쓰고 법정 증언을 한 거다. 그런데 이제 자기들이 (증거조작 사건으로) 다급해지니 뒤통수를 친 것이다. 국정원은 탄원서 관련 인터뷰를 하라고 여러 차례 주선을 했고, 일부 기자로부터는 ‘국정원에서 탄원서를 받았다’는 얘기도 들었다. 내가 소송 준비를 하자 국정원 직원들이 사무실로 찾아와 말리기도 했다.”

―북한으로 정보를 넘긴 유출자도 중요한데….

“비공개 재판에 참석했던 유 씨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쪽에서 유출한 게 아닌가 추측은 하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다. 수사를 통해서 밝혀야 한다. 유 씨 측에서 중국이나 북한 쪽으로 건 전화번호를 입수해 분석을 한다면 어느 정도 실체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유 씨와 민변 측은 자신들이 A 씨의 증언 사실과 증언 내용을 유출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아들과 딸의 생사는 확인이 됐나.

“(중국, 북한 쪽 인사들과 통화한 기록을 보여주며) 이렇게 많이 통화를 하며 알아봤지만 행적을 찾을 수가 없다.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 건 확인됐다. 보위부에서 잡아간 것 같다. 재판 출석 정보가 넘어간 뒤에도 딸이 다른 사람을 통해 ‘돈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탄원서가 유출된 뒤엔 아예 소식이 끊겼다. 국정원과 민변이 싸우는데 내가 왜 중간에 끼여서 이래야 하나.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고, 대한민국에 더이상 미련도 없다.”

한편 그는 고소장을 낸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탄원서는 민변 주장처럼 국정원이 불러준 걸 받아 쓴 게 아니라 혼자 썼다. 나는 국정원의 ‘시다바리(보조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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