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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태일 시대’ 이념으로 규제를 보면 수구 좌파일 뿐

입력 | 2014-04-08 03:00:00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어제 국회에서 “규제 완화는 의료와 금융 교육 환경 등 공적 이익의 사유화로 미래 세대를 희생시키는 세대 약탈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박정희 정부 때인 1970년 서울 평화시장에서 노동권 보장을 외치며 분신자살한 전태일의 여동생이다. 규제 완화가 세대 약탈이라는 논리는 1970년대 노동운동 논리에 갇혀 있는 듯하다.

전 의원은 의원입법으로 규제가 양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적을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그 배후로 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를 꼽았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도 “박근혜 정부가 강행하는 규제 완화의 핵심은 재벌 대기업의 민원 해소”라고 비난했다. 규제 철폐를 ‘재벌에 퍼주는 일’쯤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답변대로 규제 완화는 어떤 한 대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일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와 서비스 산업에서의 진입 규제 폐지, 민영화 등 구조개혁을 못하면 2025년 잠재성장률이 2%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금융위기 이후인 2011∼2012년 3.25∼3.5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IMF는 한국의 철도, 전문 비즈니스 서비스, 금융, 통신 등 서비스 분야의 규제가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다며 “진입 규제를 풀어 경쟁을 강화해야 생산성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운동권 사고에 젖은 이른바 진보적 국회의원들이 규제 개혁을 대기업 특혜로 여기는 것은 이념적 잣대로만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세계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구조개혁에 한창인데 우리나라만 거꾸로 가자는 주장과 다름이 없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최근 지방선거에서 집권 사회당이 패배하자 친(親)기업 성향의 마뉘엘 발스 내무장관을 총리로 발탁했다. 지나친 규제와 세금으로 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저성장 고실업이 계속돼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발스 총리는 주 35시간 근무제 등 사회당 정책을 공격하며 “사회주의는 19세기의 잔재”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도 민생 정당으로 나아가려면 1970년대식의 수구 좌파적 경제 논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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