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어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를 방문해 대통령과의 회담 요청에 대한 거부 의사를 통보했다. 박 수석은 “기초공천 폐지는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로 여야가 논의해 국회에서 합의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각 당이 선거체제로 전환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은 선거중립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대선 공약 번복을 대국민 약속 파기라고 비판하는 것은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비판에 유권자들이 공감한다면 6·4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을 심판할 것이다. 2012년 대선 당시에는 여야 모두 ‘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기초단체 공천제 폐지를 공약했다. 집권 후 새누리당은 책임정치 정당정치를 내세우며 기초공천 옹호론으로 돌아섰다. 대선 공약을 어긴 데 대해 최경환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과한 바 있다. 박 대통령도 국민 앞에 직접 사과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원칙으로 따지면 새누리당에서 선거법 개정에 합의하지 않는 한, 6·4지방선거는 현행법대로 갈 수밖에 없다. 각 정당은 기초선거 공천과 무공천을 놓고 어느 쪽이 유리한지 셈법이 복잡하겠지만 국민은 그런 데 별 관심이 없다. 공천만이 절대악이고 무공천은 절대선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국민이 관심을 갖는 것은 어느 후보가, 또 어느 당 후보가 살림살기 좋게 해줄 것인지, 기초연금은 어느 범위에서 얼마만큼을 받게 될 것인지 같은 민생 문제다. 더욱이 선거가 두 달도 안 남았는데도 제1야당 내부부터 의견통일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기초선거 무공천만이 새 정치냐”는 소리까지 나오는 마당에 안 대표가 언제까지 무공천을 고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처럼 사태가 꼬인 것은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내부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기초공천 배제를 고리로 전격 통합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무공천이라는 이상’과 공천이라는 현실론 사이의 괴리를 감당하지 못해 생겨난 당내 갈등을 대통령과의 회담으로 풀려고 했다. 당내 문제의 시한폭탄을 밖으로 던진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새정치연합은 먼저 집안 내부를 추스른 뒤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정당민주주의의 본질에 맞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