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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네이버의 사기 세일

입력 | 2014-04-08 03:00:00


인터넷 쇼핑 때 네이버 지식쇼핑이나 다음 쇼핑하우로 가격을 비교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프리미엄 추천상품’ ‘기획전·이벤트’ ‘추천 소호몰’ 같은 이름이 붙으면 다른 제품에 비해 질도 좋고 값도 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알고 보니 이들 중 상당수는 네이버와 다음이 광고비를 받고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돋보이게 배치한 상품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인터넷 쇼핑몰로부터 광고비를 받고도 이 사실을 숨긴 채 ‘프리미엄 추천상품’ 등의 표시로 소비자를 속인 네이버 지식쇼핑, 다음 쇼핑하우, 어바웃, 다나와 등 4개 가격비교 사이트에 500만 원씩 과태료를 물렸다. 특히 네이버와 다음이 심했다. 지식쇼핑이 인터넷 상품정보를 모두 찾아내 인기순, 가격순으로 보여준다는 네이버의 주장은 거짓이었다. 포털의 공신력을 믿고 ‘지름신’(충동구매를 뜻하는 속어)을 영접한 소비자들은 사기를 당한 셈이다.

▷국내 검색서비스 시장에서 네이버는 약 75%, 다음은 15%를 차지한다. 네이버는 지난해 2조3120억 원의 매출에 인터넷광고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공룡 포털이다. 게다가 잡식성이어서 검색으로 인터넷 시장을 장악한 뒤 전자상거래, 엔터테인먼트, e메일 등으로 사업을 무한 확장한다. 과다한 온라인 광고비 징수, 중소기업 아이디어 베끼기 같은 횡포는 재벌 저리 가라다. 이런 식이면 콘텐츠 벤처기업이나 ‘한국의 스티브 잡스’는 꿈도 꾸기 어렵다. 오죽하면 ‘소상공인 네이버 대책위원회’까지 나왔겠나.

▷공룡 포털의 횡포에 대한 아우성이 그치지 않는데도 방치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뉴스 생산자도 아니면서 온라인 뉴스 편집권을 꽉 잡고 여론 왜곡도 서슴지 않는 현실과 관련이 깊다. 걸핏하면 기업인들을 국회로 불러내 망신 주는 야당조차 작년 정기국회에서 네이버 대표의 증인 채택은 기를 쓰고 반대할 정도다. 공정위가 매긴 과태료 500만 원도 네이버와 다음의 규모에 비하면 껌값에 불과하다. 정치권과 정부가 공룡 포털 앞에 설설 기는 탓에 피해는 결국 소비자가 뒤집어쓰고 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