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영, 의자, 2011년.
대부분의 전시장 벽면에는 ‘작품을 만지지 마시오’라는 경고 글이 붙어있다. 그러나 설치예술가 김승영의 빨간 철제 의자작품은 마음대로 만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앉을 수도 있다. 의자에 앉은 관객은 크게 두 번 놀라게 된다.
우선 차가운 쇠로 만든 의자가 온돌처럼 따뜻해 놀라고, 다음에는 사람의 체온과 같은 36.5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놀라게 된다. 김승영이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따뜻한 의자를 설치한 의도는 무엇일까? 작가는 어머니에게서 선물 받았던 사랑과 헌신, 희망과 기쁨을 관객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라고 한다.
낡은 쇠의자는 그의 어머니가 사용했던 옛 추억이 담긴 물건이다. 추운 겨울날에도 자식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장사하던 어머니가 앉았던 낡은 의자를 온수 보일러가 작동되도록 개조하고 빨갛게 색칠해 전시장에 설치한 것이다. 쇠의자는 의인화된 어머니, 온수보일러와 빨간색은 어머니의 은혜에 감사하는 자식의 마음을 의미한다.
“테레사 수녀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다. ‘나는 인류 전체를 구원하려고 하지 않는다…나는 한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있고 한 사람만을 붙잡는다. 만일 내가 그 한 사람을 붙잡지 않았다면 4만2000명을 붙잡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노력은 단지 바다에 붓는 한 방울의 물과 같다. 하지만 만일 내가 그 한 방울의 물을 붓지 않았다면 바다는 그 한 방울의 물만큼 줄어들 것이다.’”
김승영의 작품은 가까이 있는 ‘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많은 사람을 사랑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