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지방선거] 靑 “공천폐지 회담 불가” 통보
묵묵부답 정무수석 박준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와 비공개 회담을 나눈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박 수석은 안 대표가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와 관련해 요청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은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국회 찾은 정무수석, 회동은 단 10분
박 대통령은 7일 오후 2시 박준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국회로 보내 새정치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에게 ‘회담 수용 불가’ 입장을 전했다. 박 수석은 10분 만에 자리를 떴다. 새정치연합 금태섭 대변인은 “안 대표가 청와대를 방문해 대통령과의 회담을 요구하면서 ‘7일까지 답을 달라’고 했지만 거절 의사만 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박 대통령만큼 공약을 지키려 노력하는 분 없다”고 말했으나, 안 대표는 “지금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를 만난다고 해서 누가 선거 개입이라고 하거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겠냐”고 지적했다. 또 김 대표는 “새로운 얘기가 없네”라고 했고, 안 대표는 “대선 때는 선거법 개정 사항인 줄 몰랐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박 수석과의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답은 청와대에서 박 수석을 만났을 때 ‘사견’임을 전제로 해 들은 얘기와 동일했다. 사과나 양해가 아닌 걸로 생각한다”며 강한 실망감을 표시했다.
○ 안, 김 공동대표, 전략회의 열고 최종 입장 조율
공은 다시 두 대표에게 넘어온 형국이다. 김, 안 공동대표는 이날 오후 8시 국회에서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 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 등과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주로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고수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직후에는 두 대표만 남아 박 대통령의 회담 거절과 당내 ‘무공천 회군’ 요구에 대한 입장을 조율했다. 이르면 8일 오전 최종 대응책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후보들 입장에서 보면 회군(回軍)하는 게 가장 좋은데…”라며 “(무공천 방침에 따라) 기초선거에 나가기 위해 탈당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당에 대해 얼마나 섭섭하겠나”라고 말했다. 우 최고위원은 신경민 양승조 최고위원과 함께 사실상 기초선거 무공천 재검토를 요구하며 서울시청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일각에선 전(全) 당원 투표제로 당내 의견을 다시 모아 못 이기는 척 회군의 명분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기초선거 무공천이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여권과 지루한 샅바싸움을 계속해 봐야 우리만 손해”라고 걱정했다. 한 방송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17.7%로, 새누리당(42.0%)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 안철수 측에서도 “무공천 철회해야”
이런 가운데 안 대표 측에서도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을 철회하는 것이 최선”이란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안 대표 측 한 최고위원은 “안 대표는 기초선거 무공천이 아닌, 기초연금법 처리 등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배혜림 beh@donga.com·민동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