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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로 닫은 靑… 安의 결단만 남은 ‘무공천’

입력 | 2014-04-08 03:00:00

[불붙은 지방선거]
靑 “공천폐지 회담 불가” 통보




묵묵부답 정무수석 박준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와 비공개 회담을 나눈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박 수석은 안 대표가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와 관련해 요청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은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시험대에 올라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초선거 공천과 관련해 안 대표가 제안한 회담을 공식 거부했고, 당내에선 ‘무(無)공천 철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국회 찾은 정무수석, 회동은 단 10분

박 대통령은 7일 오후 2시 박준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국회로 보내 새정치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에게 ‘회담 수용 불가’ 입장을 전했다. 박 수석은 10분 만에 자리를 떴다. 새정치연합 금태섭 대변인은 “안 대표가 청와대를 방문해 대통령과의 회담을 요구하면서 ‘7일까지 답을 달라’고 했지만 거절 의사만 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금 대변인에 따르면 박 수석은 “각 당이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마당에 정치적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 수석의 말을 듣던 중 김, 안 대표의 침묵이 이어지면서 세 차례나 대화가 중단됐다.

박 수석은 “박 대통령만큼 공약을 지키려 노력하는 분 없다”고 말했으나, 안 대표는 “지금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를 만난다고 해서 누가 선거 개입이라고 하거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겠냐”고 지적했다. 또 김 대표는 “새로운 얘기가 없네”라고 했고, 안 대표는 “대선 때는 선거법 개정 사항인 줄 몰랐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박 수석과의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답은 청와대에서 박 수석을 만났을 때 ‘사견’임을 전제로 해 들은 얘기와 동일했다. 사과나 양해가 아닌 걸로 생각한다”며 강한 실망감을 표시했다.

○ 안, 김 공동대표, 전략회의 열고 최종 입장 조율

공은 다시 두 대표에게 넘어온 형국이다. 김, 안 공동대표는 이날 오후 8시 국회에서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 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 등과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주로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고수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직후에는 두 대표만 남아 박 대통령의 회담 거절과 당내 ‘무공천 회군’ 요구에 대한 입장을 조율했다. 이르면 8일 오전 최종 대응책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영남과 호남을 제외한 수도권과 충청에서만 기초선거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꼼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방선거 보이콧’ 주장은 관철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후보들 입장에서 보면 회군(回軍)하는 게 가장 좋은데…”라며 “(무공천 방침에 따라) 기초선거에 나가기 위해 탈당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당에 대해 얼마나 섭섭하겠나”라고 말했다. 우 최고위원은 신경민 양승조 최고위원과 함께 사실상 기초선거 무공천 재검토를 요구하며 서울시청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일각에선 전(全) 당원 투표제로 당내 의견을 다시 모아 못 이기는 척 회군의 명분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기초선거 무공천이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여권과 지루한 샅바싸움을 계속해 봐야 우리만 손해”라고 걱정했다. 한 방송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17.7%로, 새누리당(42.0%)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 안철수 측에서도 “무공천 철회해야”

이런 가운데 안 대표 측에서도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을 철회하는 것이 최선”이란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안 대표 측 한 최고위원은 “안 대표는 기초선거 무공천이 아닌, 기초연금법 처리 등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안철수신당 창당 때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원외 인사들이 결성한 ‘새정치국민연대’ 소속 인사 100여 명은 여의도 63빌딩에서 모임을 열어 “기초선거 무공천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혜림 beh@donga.com·민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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