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국가 안보] 대북정책 총체적 위기 직면
朴대통령, 안보-경계태세 질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시설의 경계 및 안보태세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유민봉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 박 대통령.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하지만 이날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5·24 (대북 제재) 조치의 해제 문제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명백히 밝힌다”며 강경한 대북 원칙을 강조했다. ‘튼튼한 안보’라는 전제조건이 무너지면서 청와대와 정부의 대북 구상에 혼선이 빚어질 조짐이 나타난 셈이다.
○ 통일정책 전제조건은 ‘튼튼한 안보’
인수위도 국정 목표의 하나로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 구축’을 제시하면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 번째 국정과제로 ‘국민이 신뢰하는 확고한 국방태세 확립’을 내세웠다. 완벽한 대북 군사대비태세를 갖추고 적극적 방위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몇천만 원짜리 ‘동호회 수준’의 무인정찰기에 청와대 방공망까지 뚫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북 정책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확고한 국방태세 확립’에는 북한군의 사이버전 위협에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동아일보 7일자 보도에서 밝혀진 것처럼 국방과학연구소(ADD) 국가안보 프로젝트 참가자들의 개인 신상정보와 군의 비공개 주요 문건들이 사이버상에 유출되는 등 사이버 보안도 허점투성이였다.
○ 국민 불신 커지는 게 가장 큰 위협
“구멍난 사이버 방공망, 보도 보고 알았나요” 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주 의원이 사이버상에서도 군의 비공개 문서가 고스란히 유출됐다는 이날 자 동아일보 보도를 들어 보이면서 “정부는 언제 파악했느냐”라고 추궁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보도를 보고서야 관련 사실을 알았다”고 답변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무인기 사건 대응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정부의 안보 시스템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확실한 대북 억지력을 갖춰야 남북 대화에서 북한에 말이 통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조숭호·윤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