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국가 안보] 안보 위기 초래한 원인은
○ ‘설마’가 사람 잡은 북한의 무인기 도발
우선 북한 소형 무인기의 위협을 과소평가한 군 당국의 안이한 대응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군은 1990년대부터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중동 지역에서 소형 무인기를 들여와 대남 정찰 및 공격용으로 개조 배치해왔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었다. 특히 2010년 10월에는 대남 침투와 정보 수집을 총괄하는 인민군 정찰총국이 중국 등에서 초경량 무인비행기의 엔진과 관련 자료를 수집한다는 첩보까지 입수했다.
허술한 대북 경계태세도 도마에 올랐다. 북한의 소형 무인기가 레이더로 잡기 힘들다고 해도 청와대 상공과 최전방 방공망을 뚫고, 휴전선에서 130km 후방까지 침투하도록 허용한 것은 대북 경계작전의 중대 실책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군 관계자는 “청와대 상공을 철통 감시해야 할 수도방위사령부 등 해당 부대와 경계초소, 휴전선 인근 최전방의 첨단 방공장비까지 북한 무인기를 놓친 것은 사실상 경계작전의 실패”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군 당국이 경계태세의 문제점과 기강해이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 국가안보태세조차 ‘통일 대박론’에 취했나
군 지휘부의 무른 대응이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 등 군 지휘부가 올해 북한의 잇단 도발 위협을 간과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2월 21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 기간에 북한이 신형 방사포를 동해상으로 발사했지만 군은 엿새나 지난 뒤에야 그 사실을 공개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북한 경비정이 연평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세 차례나 침범해 3시간여 동안 영해를 휘젓고 돌아갈 때까지 우리 군은 경고사격 없이 10여 차례 경고통신만 하는 선에서 그쳤다.
3월 24일 경기 파주시 야산에서 추락한 소형 무인기에서 북한식 표기 등 북한 소행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가 발견됐지만 군 당국은 이를 쉬쉬하다가 31일 백령도에서 또 다른 무인기가 발견된 뒤에야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보였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