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충전 코리아] 5곳이상 다니면 행복점수 평균이하… 초등생 29% “부모님 불행해 보여” 22%는 “자살 생각해본적 있어”
‘동물 사육사’가 되는 게 꿈인 초등학교 6학년 신모 양(12)은 요즘 고민에 빠졌다. 회사원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의 표정이 늘 어두워서다. 공부방에 있을 때 밖에서 부모님이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릴 때면 불안하다. 부모님의 대화에선 “월급이 적다” “그럼 당신이 벌어”라는 얘기가 들렸다. 신 양은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행복도(100점 만점)로 치면 50점 수준이다. 며칠 전부터 한 친구가 반 아이들에게 신 양에 관해 험담을 퍼뜨려 왕따를 시키고 있다. 부모님께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신 양은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했다. “행복이란 ‘외롭거나 힘들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 먼 세상 이야기 같아요.”
‘부모님의 잦은 다툼, 왕따, 자살 충동’까지. 요즘 대한민국 초등학생들은 이 같은 고민 속에 살고 있다. 이는 동아일보 취재팀이 2일 서울 강북의 한 초등학교 4, 5, 6학년생 194명을 대상으로 한 행복과 불행에 대한 심층 설문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조사 결과는 암울했다. 설문에 응답한 학생 194명 중 56명(29%)은 “우리 부모님은 행복하지 않아 보인다”고 답했다. 부모가 불행하다고 응답한 학생일수록 자신도 행복하지 않다고 응답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현재 스스로 행복한 정도를 ‘매우 행복하다’(100점)에서 ‘매우 불행하다’(0점)까지 체크해 달라고 한 결과 평균 82.36점으로 행복한 편에 속했다. 하지만 학원을 5곳 이상 다니는 학생들의 행복점수는 80.26점으로 평균보다 낮았다. 응답자 중 42명(22%)은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해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대한민국 초등학생의 어두운 현주소였다.
이은택 nabi@donga.com·곽도영·여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