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 ‘기억극장’전 & 한경우 ‘I MIND’전
어린 시절 잠들기 전에 즐겨 하던 그림자놀이가 요즘은 현대미술의 표현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손으로 동물 그림자를 만드는 놀이를 새롭게 접근한 작품들을 전시장에서 종종 마주치게 된다. 백남준아트센터의 ‘달의 변주곡’전에서는 일본작가 료타 구와쿠보가 100엔 숍에서 사 모은 잡동사니와 장난감 기차레일로 움직이는 도시 풍경을 보여주고, 서울시립미술관의 ‘액체문명’전에선 이창원 씨가 폭력을 포착한 보도사진과 거울을 이용해 숲의 평화로운 정경을 그림자로 그려낸다. 흔하디흔한 물건으로 믿기지 않는 시각적 환영을 연출한 작업인지라 단숨에 관객 마음을 붙잡는다.
서울 코리아나미술관의 ‘뮌-기억극장’전과 송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한경우 씨(35)의 ‘I MIND’전은 날로 진화하는 그림자 이미지의 활용 사례를 접하는 자리다. 42세 동갑내기 부부 김민선 최문선 씨로 구성된 ‘뮌’은 기억의 본질에 대해, 한 씨는 고정관념으로 인한 감각의 오류를 각기 탐색했다. 주제는 달라도 작품의 소재로 그림자를 활용한 점이 공통적이다. 겉으로 보이는 그림자 세상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그 너머의 세계, 실재하는 현실에 대해 균형감각을 갖도록 일깨우는 전시들이다.
‘기억극장’-웅장한 이미지 교향악
‘뮌’의 ‘오디토리움’은 모호한 그림자 극장을 통해 기억의 불안정성을 은유한다. 코리아나미술관 제공
야광 물감으로 그린 벽화 위로 영상을 투사한 ‘세트’는 기억의 잔상효과를 말하고, 주기적으로 열고 닫히는 커튼과 영상을 결합한 ‘커튼 콜’은 기억의 소환과 소멸을 우연성과 연계한다. 5월 31일까지. 2000∼3000원. 02-547-9177
‘I MIND’-보이지 않는 실재 돌아보기
한경우 씨는 그림자놀이를 뒤집어 감각의 불완전함을 일깨운다. 그림자들은 손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박제된 동물을 사용한 작업이다. 송은아트스페이스 제공
두 전시는 그림자 이미지를 중심으로 보이는 것과 실재하는 것이 대립 혹은 공존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실재와 환영 사이를 오가는 작품들은 아는 것과 보는 것, 기억하는 것과 실재하는 것의 틈새를 깊숙이 파고든다.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