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스 멜로 영화 ‘가시’ 주연 조보아
“실제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조보아는 “영은이처럼 대놓고 표현하지는 못하고 몰래 수소문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사제지간, 유부남과 여고생의 불륜이라는 금기가 극의 긴장감을 팽팽히 당긴다. 집까지 찾아온 영은은 준기에게 임신한 아내를 대신해 “내가 부인이면 안 되느냐”고 말한다. 준기의 야릇한 긴장은 공포로 치환되고, 비극은 서서히 정체를 드러낸다.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로 찾아온 조보아(23)는 영화 속 교복 대신 흰색 티셔츠와 치마 차림이었다. 하지만 영은처럼 부릅뜨지 않아도 큰 눈에는 공존이 불가능해 보이는 백치미와 광기가 함께 담겨 있었다. 조금만 입을 앙다물고 눈을 부라려도 당돌해 보이는 표정.
연기 이력이 단 두 줄(tvn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 MBC 드라마 ‘마의’)뿐인 신인 배우에게 영화 주연은 행운이었을까. “두 달 동안 오디션을 일곱 차례나 봤어요. 250 대 1의 경쟁률이었죠. (김태균) 감독님이 영은이가 나오는 모든 장면의 연기를 시키셨어요.”
신인에게 물불이란 없다. 영화의 홍보문구처럼 그도 ‘겁이 없는 아이’였다. 10m 높이에서 다이빙하는 장면을 대역 없이 해냈다. “‘주연배우가 다치면 큰일’이라며 장혁 선배가 말렸어요. 3주 정도 연습했는데 감독님이 ‘액션’ 하는 순간 그냥 뛰어내렸어요. 한번에 OK!”
‘박봉곤 가출사건’(1996년)과 ‘화산고’(2001년)에서 감각적인 영상을 보여준 김 감독은 이번에도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에 장기를 부렸다. 영은이가 칠판지우개를 떨며 춤을 추는 듯한 장면이다. “감독님이 ‘마음껏 놀아보라’고 해서 즉흥적으로 했어요. 호호.”
유부남 선생님을 ‘다리 하나 잘라줄 수 있을 만큼 사랑한다’며 집착하는 여고생 역할, 그의 연기가 꽤나 매끄럽다. 신인 여배우에 목마른 충무로가 주목할 것 같다. 영화 홍보도 제법이다. “질문하는 영화예요. 사랑이 뭔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요. 이야기가 끝나면 내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영화죠. 많이 보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