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사 윤완희-박혜덕 씨 세부서 병원열어 진료 무료급식소까지 지원
윤완희 박혜덕 부부가 지난달 필리핀 세부지역 빈민밀집촌을 방문해 16세 때 동생 4명과 함께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어렵게 살고 있는 조비나 씨(여·왼쪽)집을 방문해 위로하고 있다. 재단법인 희망고리 인터넷홈페이지
중부권 유방암 전문병원이었던 박혜덕 클리닉 원장(55·여) 그리고 충남대병원 외과과장을 지낸 뒤 항문전문병원 삼성외과를 운영하던 남편 윤완희 원장(57).
둘은 지금 대전에 없다. “한국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필리핀에서 의료 활동을 하며 여생을 보내겠다”며 윤 원장이 지난해 1월 떠난 뒤 박 원장도 올해 1월 남편과 합류했다. 이들은 필리핀 세부 시 마볼로 지역에서 도시 빈민과 코피노(한국인 남자와 현지인 사이에서 태어난 2세) 등을 위한 무료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극심한 가난 때문에 끼니 걱정을 하거나 배움의 길을 포기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자활과 진로상담 활동 등도 하고 있다.
필리핀에서의 상설적인 클리닉 운영에 필요한 자금으로 6억 원을 측근과 함께 대전사회복지기금 ‘사랑의 열매’에 지정 기부해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자금 조달도 가능케 했다.
둘은 일주일 중 사흘은 직접 운영하는 상설 클리닉에서, 이틀은 시설은 있으나 의사가 없는 인근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본다. 일주일에 200명가량, 지금까지 모두 8000명의 환자를 돌봤다. 의료 활동뿐만 아니라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극빈층 어린이를 위한 무료 급식센터를 지원하고, 배움의 끈을 놓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진학과 진로를 상담하기도 한다.
가장 어려운 점은 외과 전공인 윤 씨 부부에게 암(癌) 등 내과 환자들이 찾아올 때다. 다른 병원으로 옮기려면 현지 의료체계상 두 부부가 직접 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 씨 부부의 이야기가 알려지자 희망고리 재단에는 후원자가 몰려 4월 초 현재 120명이 가입돼 있다. 후원자는 대부분 대전지역 의사그룹과 박 원장 유방암 환자들의 모임인 ‘핑크리본회’ 회원이나 지인들이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