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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담양에 ‘기부의 죽순’이 퍼집니다

입력 | 2014-04-08 03:00:00


2011년 3월 담양군청에 익명의 기부자가 보낸 1억원의 장학금과 메모. 2009년부터 3년째 이어진 장학금 기부가 씨앗이 돼 담양에는 ‘나눔 릴레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담양군 제공

3일 오후 전남 담양문화예술회관에서는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을 위한 특별한 공연이 펼쳐졌다.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수술을 앞두고 있는 도티디엠루언 씨(29)를 위한 ‘사랑 나눔 음악회’였다. 담양예술인협회, 농협담양군지부, 담양문화원 등이 마련한 음악회는 대성황을 이뤘다. 500여 명의 군민이 음악회를 찾아 도티 씨를 돕기 위해 작은 정성을 보탰다. 음악회에서 모은 성금은 604만 원. 익명의 독지가도 500만 원을 선뜻 내놨다. 담양예술인협회는 성금과 그동안 통장으로 입금된 돈을 7일 도티 씨의 남편(49)에게 전달했다. 지난해 10월에 결혼한 도티 씨는 신혼의 단꿈이 영글기도 전에 심장병이 악화돼 배 속의 아이가 유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한삼채 담양예술인협회 사무국장(52)은 “14일 서울에서 수술을 받는 도티 씨에게 큰 위안이 될 것 같다”며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 주민들이 작은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나눔 릴레이’ 담양의 기적

‘대나무 고을’ 담양에 ‘기부 바이러스’가 우후죽순처럼 퍼지고 있다. ‘나눔 릴레이’ 싹이 움트기 시작한 것은 5년 전. 2009년 7월 담양군청에 배달된 10kg짜리 토마토 한 상자가 계기가 됐다. 상자 안에는 5만 원권과 1만 원권 다발로 2억 원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함께 들어 있던 A4 용지에는 ‘골목길에 등불이 되고파. 2009. 7. 29 군민’이라고 적혀 있었다. 익명의 기부금 상자는 3년 연속 이어졌다. 2010년 2월 배달된 상자에는 2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이듬해 3월에도 ‘담양장학회 첫 단추로 사용해 주세요’라는 메모와 함께 1억 원이 담긴 양주 상자가 배달됐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장학금 기부가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 나갔다. 지난해 5월 어린 시절 담양에서 어렵게 자라다 부산에서 제조업으로 성공한 고(故) 최두호 씨 가족이 3억 원을 내놨다. 지난 3년간 673명의 기탁자들이 십시일반으로 7억6300만 원을 기탁했다. 마을별로 결성된 축구동호회 5곳도 매년 100만 원씩 보내고 있다. 정경옥 담양군 평생교육담당은 “장례 부의금 일부를 맡기기도 하고 대나무축제 때 수익금을 내놓은 업체나 식당도 있다”며 “액수를 떠나 기부문화가 정착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 ‘십시일반’ 담양의 힘

2011년 출연금 등을 포함해 57억 원이었던 장학금은 현재 이자까지 붙어 66억 원으로 불어났다. 군은 1993년 군비 2억 원을 출연해 설립한 담양장학회에 ‘등불장학회’와 ‘최두호 장학금’을 만들고 기탁자의 희망에 따라 지역의 의용소방대 자녀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의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도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동안 204명(3억9900만 원)이 혜택을 봤다.

‘생태도시’ 담양을 만들기 위한 나무 헌수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군 공무원으로 퇴직한 송진표 씨는 최근 본인이 직접 재배하고 관리해온 동백나무 200그루(시가 500만 원 상당)를 기증했다. 군은 기증받은 나무를 메타세쿼이아길 인근 호남 기후변화체험관 주변과 5개 면에 심었다. 지난달에는 담양군 고서면에서 담양농원을 운영하는 정성옥 씨가 메타세쿼이아 100여 그루를 보내왔다. 지난해에는 월산면 배정수 씨가 왕벚나무 28그루를, 2012년엔 김영숙, 유한춘 씨가 느티나무 조경수 380그루를 각각 기증했다.

군청 공무원들도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소년소녀가장 등을 돕는 ‘사랑의 끈 맺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군 전체 공무원 580명 중 4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개인적으로 매월 월급날 자동이체 방법으로 적게는 5000원, 많게는 5만 원을 후원하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