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 그루, 푸른 한반도]
“이 나무들, 북한으로 보내요” 강원 평창군 평창읍 산림청 평창양묘사업소의 약수묘포에서 한 근로자가 대북 지원용 묘목에 물을 주고 있다. 이곳에서 자란 묘목들은 북한의 기후대와 비슷한 대관령의 산간양묘장으로 옮겨져 길러진다. 평창=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박인동 소장
이랑 앞에는 나무를 소개하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전나무, 구상나무, 종비나무 등등. 눈에 띄는 부분은 ‘2-3’이라는 숫자. 이는 파종 후 2년 동안 키운 뒤 이식해 3년을 더 키웠다는 의미다. 수령(樹齡)이 5년이 된 나무지만 묘목의 높이는 50cm 정도에 불과했다. 사람보다 더디게 자라는 셈이다. 나무는 10년까지는 생장이 늦어 상당한 관심과 끈기가 필요하다는 게 ‘나무 박사’인 양묘사업소 직원들의 말이다.
이랑 사이에는 봄을 맞아 잡초를 뽑고 흙을 고르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이곳에서 25년째 일하고 있는 이은숙 씨(60·여)는 “비료 주고, 물 주고, 풀 뽑고…. 나무는 아이 키우는 것처럼 정성을 들여야 한다. 이 나무들이 북한에 간다고 하니 더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올해 경북 봉화에도 대북 지원용 묘목을 생산할 산간양묘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접경 지역인 경기 연천군도 1만3200m² 규모의 대북 지원용 묘목 증식원 조성을 추진한다. 이외에도 북한 지역과 연평균 기온이 비슷한 평창과 경기 용문, 경북 춘양 양묘장 3곳에 2012년 북한 조림용 시범양묘장을 조성해 밤나무, 블루베리, 비타민나무 등 5310본을 심었다.
그러나 이 묘목들이 언제 북한으로 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남북 긴장 국면이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승인과 북한의 수용 여부를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먼 미래 푸른 한반도를 위해 북으로 보내질 묘목들을 소중히 키우고 있는 것이다. 산림청은 이 묘목들이 단기간 내에 북한에 지원되지 못할 경우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경관 숲 조성에 활용할 계획이다.
박인동 평창양묘사업소장(56)은 대북 지원용 묘목을 키우는 심정이 남다르다고 했다. 2000년 이곳에서 키운 묘목 20만 본을 북한에 보내면서 느낀 감동이 지금도 남아 있어서다. 박 소장은 “산간양묘장에서 1, 2년 정도의 적응 기간을 거치면 언제든 북한의 산림에 이식해도 될 정도로 튼튼해진다”며 “정년퇴직까지 4년 정도가 남았는데 그전까지 이 나무들이 북한으로 가는 장면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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