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조인성의 트레이드설이 터졌다. SK 구단은 곧바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 감독도 8일 두산전에 앞서 “사실무근이다. 난 조인성을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선수라면 누구나 많은 경기를 뛰고 싶어 한다. 조인성도 예외가 아니다. SK는 지난해부터 조인성과 정상호를 플래툰 시스템으로 활용했다. 올해는 외국인 투수가 선발일 때는 조인성을, 국내 투수가 선발일 때는 정상호를 활용하는 방침이 굳어졌다. 풀카운트 교체 사건은 조인성에 대한 이 감독의 평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포수는 1000경기는 뛰어야 야구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팀 투수들의 특성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타자 상대 요령을 배우고, 원활한 경기 운영 능력까지 갖추려면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올해 국내 프로야구에는 1000경기는 고사하고 100경기도 채 못 뛴 포수가 많다. 대부분의 팀은 심각한 ‘포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조인성이 굴욕을 당한 그 경기의 LG 선발 포수였던 조윤준은 폭투와 패스트볼, 패대기 송구의 ‘3종 세트’를 선보이며 사흘 뒤 2군으로 내려갔다. 경험 적은 포수가 많다 보니 패스트볼도 자주 나온다. 7일 현재 31경기에서 10번이나 나왔다. 타자와의 수 싸움은 둘째 치고 평범한 공도 못 잡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는 게 요즘 국내 프로야구의 현주소다.
▷쓸 만한 포수를 찾기 힘든 현실에서 17시즌 동안 1679경기에 나선 조인성은 다른 팀의 구미를 당길 수밖에 없다. SK의 딜레마는 ‘포수’ 조인성의 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하진 못하지만 동시에 그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정상호와 이재원이 그의 자리를 대신해 주면 고민할 일이 없으련만 정상호는 잔 부상이 많아 풀 시즌을 치를 몸 상태가 아니고, 이재원은 경험이 적어 미덥지 못하다. 그렇다고 조인성을 안고 가는 것도 부담이다. 이번 건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가고 있지만 언제든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팀이 세대교체 실패로 포수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당장 성적에 목이 달려 있는 감독이나 코치들은 신진 포수를 기용하기 쉽지 않다. 경험 많은 포수를 앉히면 본전은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포수 자원이 모자란데 뛸 수 있는 기회마저 적으니 좋은 포수는 더더욱 나오기 힘들다. 하지만 기둥이 빠지면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지난해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LG가 대표적이다. 2012년 조인성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SK로 이적한 뒤 주전 포수가 없어 고전했던 LG는 지난해 윤요섭이 혜성처럼 떠오르며 팀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다. 윤요섭은 SK 시절 포수는 절대 안 된다는 평가를 받고 내·외야를 전전한 선수였다. SK와 조인성도 서로 윈윈이 되는 아름다운 이별을 고려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