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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하정민]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진 G2

입력 | 2014-04-09 03:00:00


하정민 국제부 기자

“중국 주석이 이틀째 전화를 안 받습니다.”(미군 고위 장성)

“이젠 받을 거야. 대통령이 바뀌었으니까.”(프랭크 언더우드 신임 미국 대통령)

백악관의 주인이 되기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냉혹한 정치인 프랭크 언더우드의 일대기를 그린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2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이 대사에서 보듯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언더우드가 아니라 중국에 가깝다.

언더우드의 정적(政敵)인 에너지 재벌 레이먼드 터스크는 중국 거부 샌더 펑과 함께 사업을 확장하려다 사사건건 그와 충돌한다. 460억 달러(약 49조 원)의 재산에도 불구하고 이 싸움에서 패한 터스크는 감옥에 갇힌다. 터스크의 불법 후원금을 받은 대통령이 탄핵 직전 사퇴하면서 부통령인 언더우드가 대통령 직을 승계했다.

언더우드는 권좌에 오르자마자 중국에 전화를 걸고 답을 기다린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을 암시하는 중일 갈등으로 미국도 진퇴양난에 빠진 터라 중국 측에 일본과의 대치를 끝내달라고 호소하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와의 불화로 미국에 망명한 펑이 사형을 당할 것임을 알면서도 중국으로 돌려보낸다. 미국이 더이상 유일 초강대국이 아니며 세계를 움직이는 파워는 오히려 중국에 있다는 것을 드라마는 생생히 보여준다.

현실은 어떨까.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5일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을 만나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지지한다”고 했다. 오노데라 방위상의 어깨를 끌어안고 다정한 포즈도 취했다. 이는 미국이 내세운 ‘아시아 중시전략(pivot to Asia)’의 목적이 중국 견제이며 이를 위해 ‘일본 끌어안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미국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크림 사태에서 보듯 러시아도 제어 못하는 미국이 중국과 제대로 맞설 수 있느냐다. ‘하우스 오브 카드’에는 “중국을 상대할 땐 우리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미국을 존중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정권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이 드라마의 팬이라는 오바마도 “실제 정치가 드라마 같으면 좋겠다. 언더우드는 많은 일을 잘 해냈다”라고 인정했다. 차마 “나는 아니지만…”이라고 할 순 없었을 게다.

독수리(미국)의 쇠락과 용(중국)의 비상은 기원전 5세기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벌인 스파르타와 아테네를 연상시킨다. 당시 그리스 최강이던 스파르타는 급부상한 아테네에 자원과 인재를 속속 뺏기자 전쟁을 벌였다. 혈투 끝에 두 나라가 다 몰락하자 어부지리를 얻은 마케도니아가 그리스 전체를 차지했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국의 대립이 전쟁을 야기하는 이런 과정을 ‘투키디데스 함정’이라고 명명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반도 또한 투키디데스 함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힘을 합쳐 입지를 넓혀도 모자랄 판에 한쪽은 조잡한 무인기를 날려대고 한쪽은 정쟁(政爭)으로 일관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스파르타와 아테네 모두 무너졌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할 나라는 미국과 중국만이 아니다.

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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