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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급변사태 순식간에 발생할수도…성공적 통일, 시스템差 극복이 열쇠”

입력 | 2014-04-09 03:00:00

[통일코리아 프로젝트 2년차/준비해야 하나 된다]
‘평양클럽’에 듣는다<3>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는 “핵과 경제개발을 동시에 추구하는 북한의 노선은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북한 내 급변 사태가 일어난다면 매우 빠르고(very quickly) 또 부지불식간에(with very little notice) 벌어질 것입니다.”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는 최근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내부 상황을 묻는 질문에 “북한의 겉모습은 장성택이 처형된 즈음에도 겉으로는 매우 평온했지만 장막 뒤 지도층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 내 변화가 일어난다면 다른 통로가 아닌 엘리트층 내부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영국은 남북 겸임이 아닌 서울과 평양에 각각 상주 공관을 두고 있다. 서울에 있는 와이트먼 대사와 마이크 기퍼드 평양 주재 영국대사는 한반도 정세와 평양 내부사정에 대한 의견을 수시로 교환한다. 영국은 ‘비판적 포용(critical engagement)’이라는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해 왔다. 와이트먼 대사는 이에 대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인권 유린 상황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국제사회가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다양한 교류를 지속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와이트먼 대사는 그러나 “북한이 핵과 경제개발을 동시에 추구하는 ‘병진노선’을 고집한다면 국제사회와의 교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최근 한국에서 일고 있는 통일 대박론에 대해서는 “현실화하는 과정에서의 도전들에 대한 고민과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그는 ‘성공적 통일’에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묻자 “북한 내 숙련된 인력과 원자재는 분명 통일 한반도에 큰 실익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시장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 이 같은 시각차와 시스템에 대한 북한 내 이해 부족은 앞으로 극복해야 할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와이트먼 대사는 한국 내 ‘작은 통일’을 이루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탈북자들에게 교육과 사회분야의 지지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한 영국대사관은 매년 탈북자 수십 명을 선발해 ‘미래를 위한 영어(English for the Future)’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부분 영어 능력이 거의 없는 탈북자들이 국내 정착 과정에서 학업이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감안해 주한 영국대사관이 2011년부터 운영해 온 영어 교육 및 영국 유학 장학금 지원사업이다.

그는 또 “매년 북한의 중간급 관리들을 영국 현지인 집에 민박시키며 관심 분야를 연수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와이트먼 대사는 “국제사회 시스템과 문화 등을 익히는 기회가 제공되지만 이들이 귀국한 뒤에는 매우 제한적인 접촉만 가능하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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