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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서 선도자로” 정몽구회장의 走車加鞭

입력 | 2014-04-10 03:00:00

[현대車그룹 MK경영 15년]<상>위기 타개 나선 선도경영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76)이 ‘선도 경영’을 선언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선진 자동차업체들을 벤치마킹하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세계 자동차 업계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달 초 서울 강남구 헌릉로 현대·기아차 본사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치열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빠른 추격자로서 성과를 내 왔다”며 “이제는 혁신에 바탕을 둔 선도적 성장전략으로 전환해 시장을 이끌어나가는 일류 메이커로 우뚝 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5년은 현대·기아차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무엇보다 기술 주도권 확보가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이 ‘선도 경영’ 카드를 꺼내든 것은 현대·기아차가 후발주자 이미지에만 머물 경우 중장기 성장에 한계가 올 것이란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 일류 메이커를 향한 승부수

정 회장은 1999년 3월 현대차와 기아차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다. 지난달로 ‘정몽구 호’ 현대차그룹이 출항한 지 15주년을 맞았다.

2000년 현대그룹에서 독립해 16개 계열사(공정거래위원회 기준)로 출발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계열사 수가 57개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그룹 자산총액은 36조 원에서 180조 원으로 5배가 됐다. 2000년 36조 원이었던 그룹 매출액도 지난해 159조 원으로 336% 증가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756만 대를 생산한 글로벌 ‘톱 5’ 자동차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고속성장은 최근 들어 기세가 한풀 꺾였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012년과 지난해 각각 8.8%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내시장에서도 어느덧 점유율 10%를 훌쩍 넘은 수입 자동차들의 공세에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정 회장으로서는 정체기에 접어든 그룹을 재도약시키기 위해 ‘충격 요법’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 사외이사인 이유재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 회장은 최근 현대·기아차가 위기상황에 놓여 있음을 거듭 강조하면서 품질을 기본으로 브랜드, 마케팅, 서비스 등을 모두 글로벌 톱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내실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어떤 시장 환경에서도 변함없는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연구개발(R&D), 생산, 판매 전 임직원들이 역량을 결집해 외형과 내실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9월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뒤 정 회장이 글로벌 톱 브랜드들과의 경쟁에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철강→부품→완성차→물류→금융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완성으로 도요타,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과 정면승부가 가능해졌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 신형 쏘나타와 제네시스는 현대제철이 생산한 초고장력강판을 50% 이상 사용해 수직계열화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품질, 디자인, 글로벌 경영을 지나 선도 경영까지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에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마다 공격적인 비전 제시와 과감한 전략 수정으로 위기를 돌파해 왔다.

1999년 미국 시장에서 시행한 ‘10년, 10만 마일 무상보증’제도는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무대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무상보증으로 미국시장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히자 정 회장은 2000년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톱5 메이커’라는 비전을 처음으로 밝혔다. 1999년 213만 대 생산으로 글로벌 11위에 머물러 있던 현대·기아차로서는 파격적인 목표였다.  
▼ 車수직계열화 앞세워 톱브랜드와 정면승부 ▼

2000년 포드의 대규모 리콜 사태를 목격한 정 회장은 2001년부터 ‘품질 경영’을 새로운 화두로 내세웠다. 가격경쟁력만으로는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품질’은 지금까지도 정 회장의 신년사나 내부 회의에서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정 회장은 중국 미국 등지에서 해외 생산라인을 확대하던 2003년에는 ‘글로벌 경영’을 제시했다. 1999년 4%에 불과하던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비중은 2012년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54%까지 높아졌다.

2005년부터는 “애써 만든 자동차를 제값을 받고 팔아야 한다”는 ‘브랜드 경영’을 선포했다. 브랜드 경영은 2011년 1월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발표한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로 이어졌다. 정 회장은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생존’을 키워드로 내건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질적 성장을 통한 내실 강화’를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1990년대까지 현대·기아차는 오직 가격만으로 경쟁했지만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을 성공적으로 접목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정 회장으로서는 정체기를 겪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전략과제를 제시할 적기로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강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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