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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커토픽] 인구 1000만 서울, 제2구단 꿈 현실로…

입력 | 2014-04-10 06:40:00


■ 이랜드, 서울 제2구단 창단의 의미

2015년 K리그 챌린지 참가 로드맵 수립
실업 축구팀 운영 경험…갑작스런 해체
과거 이미지 벗으려면 과감한 투자 필요


이랜드그룹(회장 박성수·사진)이 제2의 서울 연고 프로축구단 창단에 나섰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9일 “이랜드그룹이 2015시즌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참가를 목표로 1년간의 시장조사와 기획을 거쳐 프로축구단 창단을 위한 로드맵 수립을 끝냈다”며 “이랜드그룹 박성경 부회장이 8일 연맹 권오갑 총재와 만나 서울 연고 구단을 창단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연맹 규정상 신생구단은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 곧바로 합류할 수 없고, 반드시 챌린지 무대를 거쳐야 한다. 홈구장은 잠실종합운동장이다. 도시민구단이 아닌 기업형 구단의 K리그 합류는 1995년 수원 삼성 창단 이후 처음이다. 이랜드그룹은 14일 창단 의향서를 프로연맹에 제출할 예정이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스포츠동아DB


● 서울 제2구단 창단 과정과 의미는?

이랜드그룹은 이미 축구단 운영 경험을 갖고 있다. 1992년 말 기독교선교축구단인 임마누엘을 인수해 ‘이랜드 푸마’라는 이름으로 실업무대에서 강호로 군림했다. 그러나 역사는 오래가지 않았다. 1998년 2월 갑작스레 구단 해체를 선언했다. 이후 스포츠와는 딱히 인연을 맺지 않던 이랜드그룹은 방침을 바꿔 2012년 12월 미국프로야구(MLB) LA 다저스 인수 경쟁에 합류하는 등 스포츠로 사업영역 확장에 나섰고,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프로축구단 운영을 적극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 연고 프로팀의 창단은 오래 전부터 축구계의 숙원사업이었다. 인구 1000만명의 수도에 K리그 클래식 FC서울밖에 없는 현실은 한국프로축구의 발전에 한계로 작용했다. 서울을 연고로 한 제2의 구단이 창단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그렇게 어디에선가부터 시작된 제2의 서울 연고 프로구단 창단 소문이 조금씩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무렵이었다. 당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모처에서 만나 강남권 프로축구단 창단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 회장은 프로연맹 총재 시절 “인구 절반이 거주하고 경제력이 집중된 서울에 프로축구단이 2개 이상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왔고, 축구협회 수장에 오른 뒤에도 “잠실을 연고로 한 프로축구단이 탄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상한 형태는 달랐다. 처음에는 서울시, 그리고 시민이 주체가 된 시민구단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랜드그룹이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과 박 시장의 회동 시기와 이랜드그룹이 본격적인 시장조사에 돌입한 시점이 묘하게 맞물린다.

● 이랜드 프로축구단의 과제는?

다만 이랜드그룹에 대한 시선은 분분하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최근 몇 년 새 높여온 것은 사실이지만, 승승장구했던 실업축구 시절 갑작스럽게 손을 뗀 어두운 과거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축구인은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랜드그룹은 더욱 적극적이고 과감한 자금운용과 투자로 성공적인 프로축구단의 모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축구단을 이랜드그룹이 운영 중인 다수의 스포츠브랜드를 마케팅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한정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진정성 담긴 청사진을 제시하고 한국프로축구의 발전에 건설적인 역할을 담당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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