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최고위원 간의 어제 첫 TV 토론은 절제된 표현으로 예의를 갖추고 인신공격을 삼가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준비한 공약도 탄탄한 편이었다. 본선 경쟁력을 의식해 모두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한 견제구를 날렸다. 그러나 경선 과정에서의 앙금이 남아서인지 특히 정 의원과 김 전 총리가 서로 가시 돋친 질문을 주고받는 신경전도 벌어졌다.
흥미로웠던 대목은 사회자가 묻는 질문에 ‘○, ×’로 답을 하는 부분이었다. ‘나는 친박이다’라는 질문에 정 의원, 이 최고위원이 지체 없이 ○ 팻말을 든 것과는 달리 김 전 총리는 잠시 머뭇거리다 ○도 ×도 아닌 중간을 선택했다. 지금까지 정 의원 측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지원을 노린 ‘박심(朴心) 마케팅’을 벌인다는 공격을 받았던 터라 조심스러웠던 모양이다.
김 전 총리는 “박 대통령과 개인적인 특별한 친분이 없고, 정치적으로 친박이라고 할 근거도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 팻말을 든 정 의원은 “박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기동창이고 지난 대선 때 제가 선대위원장을 했다”면서 “가능한 한 많은 국민이 대통령을 좋아하는 분위기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친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 예비후보 중 이 최고위원은 ‘원조 친박’으로 분류된다.
선출직으로는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자리인 서울시장 직을 놓고 주자들이 박심을 의식한 경쟁이나 벌이는 것은 아름다운 경선으로 비치지 않는다. 세 예비후보는 순전히 스스로의 비전과 역량으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