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보유-전쟁 금지한 헌법9조… 아베 총리의 개정 움직임에 日 국민 64%가 “NO”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도 10명중 6명 이상이 “반대” 아베 지지는 경제 기대감 때문… 군사대국화 행보엔 동의 안해
와카미야 요시부미 일본국제교류센터 시니어펠로 전 아사히신문 주필
그렇다면 무엇에 눈이 휘둥그레졌을까. 그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의욕을 불태우는 헌법 9조 개정에 대해 ‘노(No)’라고 한 일본인이 작년보다 7%포인트나 늘어난 64%로, 찬성 29%를 크게 웃돌았다는 사실이다.
9조는 군대 보유를 금지하는 등 평화헌법의 상징적 조문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9조 해석을 변경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데도 호의적이지 않은 숫자가 나왔다(찬성 29%, 반대 63%).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여전히 50%가 넘어 국회에서 자민당의 다수 지배에 흔들림이 없다. 한편으로 북한은 여전히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고, 중국의 군사적 위협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국민의 반중, 혐한 감정이 강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헌법 개정과 국방군 등장을 기대하는 일본인이 늘고 있어도 이상할 게 없다.
한국인의 눈에는 더더욱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다양한 우경화 현상을 보고 일본이 군사 국가로의 부활을 노리는 게 아닌가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때마다 고개를 흔들어 왔지만, 솔직히 말하면 최근에는 마음속에 불안감도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랬던 만큼 이번 설문 조사 결과에 나도 크게 힘을 얻었다.
9조 개정 반대론만 늘어난 게 아니다. “전후 체제를 바꾸고 싶다”는 아베 총리는 “헌법을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일본은 진정한 독립을 완수한 게 아니다”라는 생각이지만 국민의 대답은 “그렇다”가 19%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75%였다. 헌법도 전체적으로는 개정론이 많은 게 최근 추세였지만 이번에는 그것도 역전됐다.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응답은 지난해 54%에서 이번에 44%로 감소했고 “필요 없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37%에서 50%로 약진한 것이다.
쉽게 말해 일본인은 어쨌든 전쟁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역시 아사히신문이 지난해 말 실시한 조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결과도 나타났다. “만일 외국에서 공격받으면 생명의 위험이 있어도 나라를 위해 싸우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20대에서는 ‘그렇다’가 13%, ‘그렇지 않다’가 79%였고 30대에서도 12% 대 78%였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그렇다’는 응답이 늘긴 했지만 70세 이상에서도 35% 대 53% 수준이다.
왠지 한심한 숫자인 것도 같아 이를 큰소리로 선전해야 할지 당혹스럽지만 일본인, 특히 젊은 세대의 ‘전쟁은 싫다’는 기분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지지하는 사람이 젊은 세대에 매우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은 과거의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참배를 지지해도 자신들은 신사에 모셔진 병사처럼은 결코 되고 싶지 않다, 전쟁은 이제 넌더리난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여론조사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 그 해석법에도 또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의 대부분이 ‘개헌’을 앞세우는 총리와 함께 걷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만큼은 한국인도 잘 알아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