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독과점 수입구조 개선 1400원에 수입한 립스틱, 2만1000원에 팔려
7월부터 가방 장난감 등 200달러 이하 미국산 제품을 해외에서 직접 구매(직구)하면 제품 가격의 23%까지 내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9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독과점적 소비재 수입구조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해외 직구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품의 국내 판매가격을 낮추기 위해 6월 말까지 ‘목록통관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목록통관대상에 선정되면 통관 절차가 간소화되고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 지금은 의류 신발류 등 6개 품목으로 대상이 제한돼 있지만 이를 검역이 필요한 의약품, 총포·도검류를 제외한 모든 소비재로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직구한 물품은 200달러 이하, 다른 국가에서 직구한 물품은 100달러 이하가 적용 대상이다. 이에 따라 7월 이후에 미국산 제품을 직접 구매하면 약 21만 원(약 200달러)까지 세금을 내지 않게 된다. 지금은 해외에서 직구한 제품의 가격과 수입국 내 배송비를 합쳐 15만 원 이상(약 144달러)이면 관세와 부가세를 내야 한다.
정부는 또 목록통관대상 품목의 통관에 걸리는 시간을 현재 3일 정도에서 4시간 정도로 단축하기로 했다. 통관을 위해 내야 했던 직구 건당 4000원의 관세사 수수료도 내지 않아도 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적법한 통관 절차를 거친 품목이라는 것을 QR코드 부착으로 인증하는 통관인증제도 대상 품목을 현재 236개에서 올해부터 자동차부품 등 350여 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병행수입품을 믿고 구입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런 조치로 지난해 3조 원 규모였던 해외 직구 및 병행수입 시장 규모가 2017년까지 8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식 수입품의 가격도 10∼20% 낮아지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해외 직구와 병행수입 활성화에 나선 것은 수입 소비재의 국내 판매가격이 수입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관세청이 이날 처음 공개한 유모차 생수 등산화 등 10개 수입품의 수입가격을 보면 이들 10개 품목은 수입원가의 2.7∼9.2배 정도의 가격에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