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 사상초유 해킹] 천궁-신궁-KGGB 등 신무기… 부품 제원-작동절차까지 빼가 北 입수땐 대응전략 쉽게 수립… 대북 전력 재검토 필요할수도
군 관계자는 9일 “이번처럼 ADD에서 운용 중인 거의 모든 컴퓨터가 해킹돼 방대한 자료가 유출된 것은 처음”이라며 “향후 조사과정에서 해킹 피해가 예상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수법은 북한 해커부대, 표적은 핵심 무기 자료
더욱이 해킹 세력이 한국군이 운용 중이거나 개발 중인 주요 무기 및 장비 관련 주요 자료를 집중적으로 빼갔다는 점도 이런 정황을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유출된 자료에는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인 천궁을 비롯해 한국형 공대지유도폭탄(KGGB)과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인 신궁, 중고도 무인정찰기(MUAV) 등 우리 군이 운용 또는 개발 중인 핵심 무기의 관련 자료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내년에 실전 배치되는 천궁은 유사시 북한 항공기를 탐지 격추하는 핵심 방공전력이다. 기존 호크 미사일보다 탐지 및 대(對)전자전 능력, 명중률이 크게 앞선다. KGGB의 경우 유사시 서울과 수도권의 최대 위협인 북한군의 장사정포를 주야간 구분 없이 전천후로 파괴하기 위해 개발됐다. 지난해 말부터 실전 배치돼 운용 중이다. 신궁은 저고도로 침투하는 북한군의 AN-2기나 헬기를 격추시키기 위해 개발돼 육군에서 수백 기를 운용 중이다. 이 무기들은 대개 5∼10년간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ADD 주도로 개발된 핵심 대북 방어 전력이다.
현재까지 유출이 확인된 자료에는 △천궁 탐색기 조립장치의 소프트웨어 △KGGB의 유도조종컴퓨터의 소프트웨어 요구사항 명세서 △신궁 조종 장치의 성능시험장비 운용절차서 △슈퍼링스 대잠헬기의 신호탐지장치 설계보고서 △MUAV의 전자파간섭 시험절차서 등이다. 이 자료들에는 해당 장비나 부품의 구체적인 성능과 제원은 물론 작동절차와 운용원리, 설계내용 등이 다수의 도표와 사진을 곁들여 자세히 소개돼 있다. 각 자료의 분량은 적게는 A4 용지로 50여 쪽, 많게는 200여 쪽에 달한다. 군 당국이 이번 해킹사태가 언제부터 이뤄졌는지, 유출된 자료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소 수천 쪽에서, 최대 수만 쪽에 달하는 무기 및 장비 개발 관련 중요자료들이 불순세력에 넘어갔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군 일각에선 해킹 세력이 △ADD에서 개발 중인 탄도미사일과 무인정찰기 △강력한 전자기파(EMP)를 방출해 적의 전자통신장비를 무력화시키는 EMP탄(전자기펄스탄) 등 첨단무기의 개발 자료를 집중적으로 노렸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 유출된 자료들이 북한으로 넘어갈 경우 한국군 주요무기의 핵심부품 및 장비의 세부 성능과 구조가 고스란히 적의 수중에 들어가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북한이 한국군 무기의 취약점을 분석해 얼마든지 대응방안을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출된 자료를 작성한 ADD 연구원의 신상정보가 고스란히 공개된 점도 심각한 우려사항이다. 무기연구개발을 담당하는 ADD 소속 연구원과 직원들의 신상 정보는 ‘대외비’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번에 유출된 자료에는 ADD 소속 연구원과 관련 방산업체 연구원 등 수십 명의 이름과 직급, 소속 등이 그대로 담겨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