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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방과학硏 해킹… 軍기밀 수백건 유출

입력 | 2014-04-10 03:00:00

PC 3000여대서 무인정찰기 개발자료 등 털려
北 3·20 사이버테러와 같은 수법… 수사 의뢰




한국군의 무기 연구개발을 책임지는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사상 초유의 해킹 사태가 발생했다. ADD는 대북 용의점이 있다고 보고 9일 경찰의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도 해킹 사실을 파악하고, 군 정보당국을 통해 피해 내용을 파악하는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동아일보가 9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주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ADD 자료에 따르면 ADD에 있는 컴퓨터 3000여 대가 해킹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대외비는 물론 군사기밀 2급 및 3급으로 분류된 보고서가 최소 수십 건에서 최대 수백 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직접 확인한 기밀 문건만 해도 10건에 A4 용지 2000쪽이 넘는 분량이다. 김영주 의원은 “상황이 이렇지만 언제 해킹이 됐고,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ADD와 군 당국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안보 시스템에 대한 전방위적인 점검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ADD에서 유출된 기밀 문건에는 △군 당국이 대북 감시·정찰능력 강화를 위해 본격적인 체계개발에 착수한 중고도 무인정찰기(MUAV)의 위성데이터 링크시스템 자료 △700억 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휴대용 대공미사일 ‘신궁(新弓)’의 성능시험장비 자료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天弓)’의 탐색기 소프트웨어 관련 자료 등이 대거 포함됐다. 유출된 보고서 안에는 해당 문건을 만든 부서, 작성 연구원, 연구 진행시기 등도 담겨 있다.

군 보안전문가는 “보안관리 플랫폼 등의 중앙배포 서버를 통해 내부의 전체 PC 및 서버 컴퓨터를 장악하는 방식으로 군사기밀 자료를 절취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방식은 지난해 ‘3·20 사이버테러’ 당시 북한 해커들이 사용한 수법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ADD가 해킹을 당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최근 잇달아 발견된 북한 무인기 조사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현재 무인기는 ADD로 옮겨져 정밀분석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향후 꾸려질 민군 합동조사본부에도 ADD 전문가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우리 조사결과가 실시간으로 북한에 그대로 전해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국방과학연구소(ADD) ::

1970년 8월 국방과학연구소법에 따라 설립된 국방부 산하 정부출연기관. 국방에 필요한 병기·장비 및 물자에 관한 기술을 연구한다. 육상과 항공, 해상과 수중, 유도무기와 군 위성통신까지 첨단무기 체계의 핵심기술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손영일 scud2007@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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