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A급 영화 한편 7억 넘어… 극장 몫 제외한 흥행수익의 7% 추가로 받아
요즘 영화계에서는 톱배우들의 몸값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 시스템만으로는 호황을 지속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왼쪽부터 송강호 김윤석 하정우 이병헌 장동건. 동아일보DB
당시 송강호는 총제작비 120억 원 예산의 영화 ‘괴물’에서 개런티 5억 원과 수익의 5%를 받기로 한 사실을 공개했다.
한국 영화가 최대 호황을 맞고 있는 요즘, ‘배우 몸값’이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영화 제작사 대표 A 씨는 “‘5+5’(출연료 5억 원과 수익의 5%)는 이미 옛말”이라며 “이제는 ‘7+7’(출연료 7억 원+수익 7%)을 요구해 영화 만들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통상 상영 수익의 55%를 극장이 갖는다. 나머지 45%를 투자배급사와 제작사가 나누게 된다. 1000만 관객이 들면 통상 투자배급사와 제작사 몫의 합은 300억 원 선이다. ‘7+7’을 내세운 톱스타는 300억 원의 7%인 21억 원을 받는다. 여기에 출연료 7억 원과 인센티브가 +α가 된다. 한 편으로 30억 원 이상을 버는 셈이다.
영화 호황이 이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주연 배우 출연료가 올랐다. 류승룡 황정민 정재영 최민식 원빈 차태현 한석규 김수현 현빈은 4억∼6억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태웅 이민호 유아인 이종석 김우빈 송중기는 2억∼3억 원 선. 여배우의 경우 손예진 하지원이 4억∼6억 원, 전도연 전지현 한효주가 3억∼4억 원이다. 톱스타 A는 최근 한 영화에서 10장면 가량 출연하는 대가로 7억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제작자 B 씨는 “송강호나 하정우 등 ‘티켓 파워’가 확실한 배우라면 개런티가 아깝진 않다. 문제는 요즘은 검증 안 된 신인급까지 과도한 지분을 요구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톱스타들 출연료 얼마나 받나
2005년 당시 한국영화 제작자들은 과도한 출연료와 부당한 지분 요구에 맞서 “앞으로 제작비에서 배우 스태프 등 개런티가 차지하는 비율을 정한 표준제작규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9년이 흐른 지금 표준제작규약은 말조차 나오고 있지 않다.
영화 프로듀서 C 씨는 “톱배우 한 명의 출연료가 높다 보니 제작비에서 전체 배우들 개런티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기도 한다”며 “출연료 비중이 커지면 촬영, 미술 등 기술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화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고정민 홍익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는 “한국의 1인당 평균 연간 영화 관람 횟수(3.8회)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호황의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출연료의 상승이 제작 부실로 이어지고 흥행작이 사라지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영화사 대표는 “투자자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배우 몸값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규모가 큰 영화일수록 투자가 중요한데, 투자자들은 영화 성격이나 내용과 관계없이 무조건 톱스타 캐스팅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토리나 완성도보다 인기 배우의 출연 유무만 따지는 스타 시스템이 문제라는 얘기다.
민병선 bluedot@donga.com·손효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