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조계사에서 만난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왼쪽)과 선운사 주지 법만 스님.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전, 스님의 절반, 아니 삼분의 일도 못 따라갑니다.”(법만 스님·53)
10일 서울 조계사 건너편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두 스님의 하심(下心·자신을 낮춤)과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과 제24교구 본사 선운사 주지 법만 스님이다.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석전 스님(1870∼1948)과 한암 스님(1876∼1951)은 일제강점기 각각 선(禪)과 교(敎)를 대표했으며 한국 불교의 전통을 지켜 1962년 출범하는 현 조계종의 초석을 다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선운사는 석전 스님, 월정사는 한암 스님과 깊은 인연의 끈을 갖고 있다. 박한영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석전 스님은 두 차례 종정을 지낸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다. 청담·운허·운성·운기·남곡 스님과 최남선 정인보 이광수 서정주 등이 제자였다.
4차례나 종정을 지낸 한암 스님은 1925년 “차라리 천고에 자취를 감추는 학이 될지언정 봄날에 말 잘하는 앵무새 재주는 배우지 않겠다”며 강남 봉은사 조실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후 입적할 때까지 27년간 두문불출하며 선 수행에 전념했고 6·25전쟁 때에는 소실될 위기에 빠진 상원사를 지켜내기도 했다.
석전과 한암 스님은 머무는 곳이 달라 직접 교류하지는 못했지만 서로를 흠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월정사 교무를 맡고 있는 자현 스님이 공동 세미나의 산파가 됐다. 선운사에서 종종 강의를 하던 스님이 지난해 가을 세미나를 제안해 성사됐다.
문중과 학연에 따른 이합집산은 조계종이 지닌 오랜 문제점 중 하나였다. 사찰의 틀을 넘어선 두 본사의 아름다운 동행은 새로운 시대로 기대할 만하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